'유해시설' 분류에 취업길 막막
고졸 취업률 악영향

직업계고 8곳 중 1곳은
호텔 취업 관련 학과 개설
수도권 특성화고의 관광경영학과 졸업반인 박모군(19)은 지난해 내내 취업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다. 호텔리어가 되고 싶었던 박군은 현장실습으로 경험을 쌓고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사회에 진출하고자 일반고 대신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호텔에서 현장실습을 하지 못했다. 호텔이 청소년 고용 금지 업소로 지정된 탓에 특성화고에 다니더라도 실습생으로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박군은 취업을 포기하고 전문대를 다니기로 결정했다.
호텔 '청소년 고용금지' 규제…직업계고 "현장실습도 못해"

취업길 막혔다…속 끓이는 고3 실습생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청소년 취업을 가로막는 호텔업 규제 때문에 직업계 학생들의 취업길이 가로막히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에서는 호텔을 청소년 고용 금지 업소로 분류하고 있다.

전국 1883개 호텔 가운데 관광진흥법에 따라 ‘국제회의 집적시설’로 지정된 송도센트럴파크호텔, 오크우드 프리미어인천 등 8개를 제외한 곳에선 청소년을 고용할 수 없다. 롯데호텔 신라호텔 워커힐 하얏트 등 국내 대표적 5성급 호텔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 직업계고 583곳에서 호텔 관광 조리 등 호텔 취업과 관련된 학과가 있는 곳은 87곳이다. 박재정 서울관광고 교장은 “3학년 2학기에 현장실습을 나가 해당 호텔에서 바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법에서 그 길을 막아놨다”며 답답해했다. 박 교장은 “호텔이 청소년 유해업소라면 직업계고 호텔경영학과는 유해업소 종사자 양성 과정이냐”며 “어른들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아이들의 꿈을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청소년 고용 규제가 예전부터 있었지만 알음알음 학교 소개로 실습생을 뽑아왔는데 최근에는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아예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취업을 책임지고 있는 현장 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1월 현장실습’이라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이 성인이 되는 1월에 호텔로 현장실습을 내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10~12월부터 전문대 호텔 관련 학과 재학생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호텔들은 각종 행사가 몰리는 연말에 현장실습생을 대거 모집한다. 호텔 정식 채용도 이 무렵에 주로 이뤄진다.

서울의 직업계고 취업담당 부장교사는 “직업계고 학생들은 실습 경험도 부족하고, 취업 여건도 좋지 않다 보니 전문대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규제 완화” 여가부는 “반대”

교육부는 모든 호텔을 청소년 유해업소로 분류하고 고용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식과 전시, 기업회의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호텔을 일괄적으로 유해업소로 바라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호텔은 청소년 고용 금지 업소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의 생각은 다르다.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숙박업소에 학생들의 취업을 허가해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청소년 보호법을 둘러싼 부처들이 반목을 거듭하자 직업계고 취업률도 악화하고 있다. 초·중등교육 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졸업한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률은 34.8%로 집계됐다. 2017년 53.6%였던 직업계고 취업률은 2018년 44.9%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10.1%포인트 하락했다.

직업계고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 결과 서울지역 70개 특성화고 중 42개(60.0%)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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