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과 본체 분리 가능한 점 특징…못에 삼베 두르기도
102년만에 고향 익산박물관 전시된 쌍릉 대왕릉 목관
지난 10일 문을 연 국립익산박물관 상설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유물은 쌍릉 대왕릉 목관이었다.

미륵사지 남서쪽에 둥지를 튼 익산박물관은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 사리를 봉안하는 일체의 장치)와 왕궁리 유적 사리장엄구, 제석사지 출토품, 쌍릉 발굴 유물 등 3천여 점을 전시했는데, 목관은 규모가 크고 이야기가 풍부해 흥미를 끌었다.

쌍릉은 일제강점기인 1917년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가 발굴했고, 대왕릉은 100년 만인 2017년 재발굴됐다.

이를 통해 규모나 축조 방식, 축조 시기 등으로 보아 641년 사망한 백제 무왕 왕릉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지난해에는 쌍릉 소왕릉을 조사했으나, 무덤 주인을 유추할 결정적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쌍릉은 오랫동안 무왕과 부인 선화공주 무덤으로 추정됐다.

익산박물관이 선보인 대왕릉 목관은 야쓰이가 발굴 당시 수습해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보냈다고 알려졌다.

광복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목관을 부산으로 옮겼고, 정전 협정이 체결되고는 서울에 뒀다.

그러다 2014년 국립전주박물관으로 이관해 보존처리를 거쳐 이번에 고향에서 공개한 것이다.

쌍릉 대왕릉 목관은 가로 250㎝·세로 76㎝·높이 70㎝다.

재질은 공주 무령왕릉 목관, 부여 능산리 고분군 일부 목관과 같은 금송이다.

이날 익산박물관에서 만난 이영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천400년 이전에 만든 목관이 지금까지 남은 이유는 금송을 사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금송은 일본 특산으로 알려졌는데, 침엽수 중에서도 단단하며 수분에 강하고 잘 썩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특정 계층만 사용한 금송이 백제 왕릉급 무덤 목관 재료로 쓰였다는 점을 볼 때 백제와 왜는 관계가 긴밀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사는 대왕릉 목관 특징으로 뚜껑과 본체를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뚜껑에 꾸미개 8개가 있는데, 그중 4개가 본체에 연결된다고 했다.

그는 "보존처리와 적외선 카메라 촬영을 통해 먹줄 친 구획 자국과 금박 도금의 경계를 표시한 선, 못 구멍을 내려고 고의로 만든 흔적이 발견됐다"며 "목재 베개에서는 당초문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목재 위에 칠을 얇게 했고, 가장자리에는 금박을 부착해 화려하게 장식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정성스레 제작한 금관이지만 의외로 허술한 면도 확인됐다.

구멍보다 작은 못에는 삼베를 감은 흔적이 있었다.

최고 지배자가 잠든 목관 못이 크기에 맞지 않자 새롭게 만드는 대신 적당한 방법으로 마감한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백제 공예품에는 의외로 허술한 면이 있다"면서 "좋게 보면 실용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