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강원 고성지역 산불이재민들을 대상으로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한전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성 산불이재민, 정부·지자체 구상권 행사 여부에 촉각
11일 고성지역 산불이재민들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4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 지난 6일부터 피해 보상에 필요한 개인정보 제공·활용 동의서 접수에 들어가는 등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한전의 이 같은 조치는 고성지역 산불이재민에 대한 한전의 피해 보상 요율을 협의한 고성지역특별심의회(이하 특심위)가 지난 12월 30일 한전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을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임야·분묘 40%)로 하도록 의결한 데에 따른 것이다.

한전은 보상금 지급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정부나 지자체, 일반 보험사의 구상권 행사에 대비해 이재민들에게 얼마만큼의 지원금이나 보험금이 지급됐는지를 확인하고자 이 같은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불이재민들은 일반 보험사가 아닌 정부나 지자체에서까지 한전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재민들은 구상권 문제가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제공에 동의하는 것을 놓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한전은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한 금액을 제외한 부분만 이재민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게 돼 결국 이재민들이 수령하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특심위가 의결한 손해사정금액의 60%를 넘을 경우 넘는 부분은 토해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심위는 이달 초 정부와 지자체를 대상으로 구상 의사 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정부와 지자체는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민들은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정부와 지자체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구상권 문제를 속히 결정지어야 이재민들도 한전과 최종 합의를 할 수 있다"며 하루빨리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이재민들은 특심위 의결에서 구상권 문제가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한 이재민은 "구상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심위 협의가 종결된 것은 잘못"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특심위 의결에 참여한 고성한전발화 산불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 노장현 위원장은 "특심위 의결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이를 수용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는 이재민 각자가 판단하면 된다"며 말했다.

이어 "구상권이 행사되면 특심위 의결은 자동 파기되고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