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장구는커녕 도로든 인도든 '쌩쌩'…무면허·음주운전도 예사
노면 불량 등 인프라 부실까지 겹쳐 사고 끊이지 않아
새로운 교통수단 정착 위한 안전의식 고취 및 제도 보완 시급
[퍼스널 모빌리티 실태](하) 헬멧 쓴 이용객 단 한명도 없었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인도에서 주행할 수 없고 헬멧 등 보호장구도 착용해야 하지만 이런 기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8일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 도로에서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헬멧을 쓴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한 이용객에게 이유를 물어보자 "헬멧을 써야 안전한 것은 알지만 헬멧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공유 업체에서 안전장비를 구비해서 한꺼번에 빌려줬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용자들은 전동킥보드를 도로가 아닌 인도에서 대부분 이용했다.

법을 몰랐다는 이용자도 많았지만 도로가 너무 위험해 보여 인도에서 탔다는 답변도 많이 돌아왔다.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1인용인 전동킥보드를 남녀 커플이 한대만 빌려 타는 위험천만한 경우도 있었다.

[퍼스널 모빌리티 실태](하) 헬멧 쓴 이용객 단 한명도 없었다
인도나 차도의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은 전동 킥보드 운행자를 위협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하수구 구멍, 과속방지턱, 화단 경계석 등도 운전자에게 위험 요소였다.

경찰에 따르면 개인 모빌리티 사고 중 노면 불량으로 인한 사고 비율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개인 모빌리티를 타고 운전자가 다치는 사고 비율도 오토바이의 1.2배, 자전거 3배에 달한다.

실제 기자가 공유 킥보드를 체험해본 결과 안전 문제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전동 킥보드 앱을 처음 켜자 안전 운행 방법 교육 자료가 나왔지만 '자전거 도로를 달리라'는 등 잘못된 정보가 제공됐다.

처음 해보는 운전에 자신감이 없어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로 나가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다.

30여분을 타는 동안 튀어나온 보도블록과 도로 하수구 등에 바퀴가 덜컹거려 몇차례 식은땀을 흘려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도로를 달리다가 차들이 빵빵거릴 때는 운전에 부담감이 커져 허둥지둥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저녁이 되면 번화가에서는 음주 라이딩 사례도 잇따른다고 입을 모았다.

해운대 구남로 한 상인은 "젊은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도 킥보드를 타는 것을 자주 봤다"면서 "잠깐 재미로 탄다는 생각이 크다 보니 위험요소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실태](하) 헬멧 쓴 이용객 단 한명도 없었다
직장인 박모(50) 씨도 "술을 마시고 타다가 중심을 잃어 넘어지지 않으려고 다리를 바닥에 쿵 디뎠는데 며칠 동안 다리를 절어야 할 정도로 아파 압박 붕대를 하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입 초기다 보니 안전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낮아 사고가 나고 있다"면서 "단순 재미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용자 안전의식 고취가 선결 요건"이라고 전했다.

전동킥보드 안전과 관련한 규제도 아직은 빈틈이 많고, 정리돼야 할 부분도 여전하다.

킥보드는 운전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지만, 사업자에게 면허 확인 의무는 법이 부과하고 있지 않는 허점이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 실태](하) 헬멧 쓴 이용객 단 한명도 없었다
이를 틈 타 한 공유 킥보드 업체는 실제 면허를 인증하지 않고, 면허가 있다고 이용자가 체크하기만 하면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 면허가 없는 어린 학생들도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전동 킥보드 이용 시 운전면허를 면제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어 허술한 면허 확인에 대해 비난 가능성을 판단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 개정안에는 전동킥보드가 도로가 아니라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전 연구원은 "운전면허 면제가 되면 청소년에게도 허용된다는 취지인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안전 측면에서 우려가 되는 부분은 있다"면서 "이용자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법·제도적 보완도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