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찬] "리니지에 빠져 ‘패배자’라 불렸던 학창시절…스스로를 바라보는 눈 길렀죠"
김용태 더에스엠씨 대표는 대학생이었던 2008년, 10년 뒤 콘텐츠만으로 소셜미디어계의 혁명을 일으키는 ‘감동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적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 김 대표는 국내 최대 SNS 전문 에이전시 더에스엠씨그룹의 수장이 됐다. 그는 매일 변화하는 디지털 트렌드 속에서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더 에스엠씨그룹은 뉴미디어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사업 영역은 브랜드의 채널 운영 대행, 다양한 영상콘텐츠 제작, 캠페인 및 전략 컨설팅,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마케팅 대행, 유통 및 커머스 사업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뉘어져 있으며, 해당 영역에 특화된 자회사들이 모여 있는 콘텐츠 제작 그룹이다.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작가·PD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100여개의 브랜드 SNS 운영 컨설팅과 자체 콘텐츠 IP를 구축하고, 확산형 콘텐츠 기반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정보통신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애초에 취업은 생각지도 않았다. 20대 중반의 그가 느낀 취업 시장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았고, 남들과 같이 그 장벽을 넘는다 해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대학생활 중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그것을 사회에서 현실화 했다.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한 리니지 게임을 고등학생 때도 3년 내내 했다. 부모님께 독서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하기도 했다.(웃음) 게임도 게임이지만, 온라인상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채팅을 하며 소통하는 것이 재밌었다. 아이템을 팔아 150만원을 벌었는데, 그 돈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일본에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과에 입학했는데, 대학 진학과 전공 선택도 아버지의 추천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1~2학년 때 배우고 느낀 모든 것들이 현재의 삶과 모두 연결돼 있다. 회로 이론이나 물리 과목의 점수가 높지 않은 것을 보며 그 길이 나의 길이 아님을 알았고, ‘유비쿼터스’에 대한 전공과목을 들으며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를 할 수 있는 환경과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또 코딩을 배운 시기도 그 때였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의 2할은 대학 생활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8할은 무엇인가.
“3할은 대학 시절 인턴과 마케팅 학회, 공모전 출품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던 경험이고, 또 다른 3할은 20대 초반에 많은 책을 읽었던 것이다. 마지막 2할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들이다.”

▶인턴생활 중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무엇인가.
“HP 마케팅팀에서 두 달 동안 6개의 미션을 수행했다. 가장 첫 번째 미션은 광고 전략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였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직장인들의 명함을 받아 그들의 회사를 리스트업 하고, 이를 토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500명의 대학생을 직접 만나는 방법을 택했다. 제품을 구입할 때 디자인·무게·가격 중 어떤 기준으로 구입하는지, AS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 등 8가지 항목을 2주 동안 조사해 발표했다. 이후 전국 방방곡곡의 대리점과 직영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경쟁사를 분석하고, 스파이더 맵을 만들어 어떤 마케팅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발표를 임원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욕심을 내 블로그 원안과 플러그인을 만들어 ‘파블로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을 방문해 현장 리포트를 쓰고 블로그에 게재하는 미션도 수행했다. 인턴 생활 중 회사에서 좋은 미션을 준 것도 있었지만, 이를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우리만의 방식으로 수행하려 했기에 더욱 가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창업 과정은 어땠나.
“인턴과 공모전 등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하며 취업은 나의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KT 벤처어워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고 특허를 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고 특허 출원 과정을 바로 접었다. 스펙을 쌓고자 했다면 계속 진행했겠지만 말이다. 언제나 관여도가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나의 재능을 찾고 싶다는 마음만을 갖고 있었다. 대학교 3학년이었던 2009년 2월, 숭실대 앞 원룸에서 홀로 SNS 채널 운영을 컨설팅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규모가 커지자 주변인을 모아 사업을 확장했다. 창업 초기 1년간은 박람회장을 돌며 중소기업들에 직접 영업을 하고, 다른 대행사의 일을 재대행 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 여름 한 모임에서 삼성카드 관계자의 눈에 띄어 비딩 참가 기회를 얻게 됐고, 삼성카드의 블로그 마케팅 등을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이후 에버랜드, 삼성패션, 등까지 확장해 지금까지 꾸준히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현대, SK, 아디다스 등 100여개 브랜드의 SNS 채널을 운영·컨설팅 하고, 더에스엠씨 산하의 기획·제작 자회사 10여개를 설립해 협업 경영하고 있다.”

▶독서 경험도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20대 초반에 책을 꾸준히 읽었다. 군대에 있을 때 누나가 보내주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복무 기간 동안 100여 권의 책을 읽고 전역했다. 이후에도 습관이 돼 수시로 서점을 방문해 베스트셀러를 읽었다. 특히 니체나 헤르만 헤세 등 인문학 관련 서적을 주로 읽었는데 사람은 왜 사는지, 행복은 무엇인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이 현재 수많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보는 눈을 갖게 해줬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 좋은 콘텐츠를 보는 시각을 가지려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20대 때 꼭 해봐야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조직에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경험 등을 6개월 혹은 1년간 해보길 조언한다. 이런 경험들이 그 길이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방향을 찾을 수 있게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과 자기 스스로를 보는 시야를 길러주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 오히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이를 실천하려면 늦은 감이 있다. 취업에 대한 압박에 쫓기지 말고, 자기 자신에 대한 충분한 탐색이 필요하다.”

▶대기업 취업만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해 그곳에서 일을 즐기며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소위 말해 ‘정석의 길’을 걷는 것이 옳은 길이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일을 즐길 수 없고, 3~5년 안에 그 안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과감히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더에스엠씨의 채용에 대해 소개해달라.
“더에스엠씨에서 직원을 뽑는 기준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밝은 마음(긍정적인 성격)을 가졌는가, 자기발전에 대한 욕심이 있는가 이다. 특히 올해는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하고 사실상의 첫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해 35명 정도를 채용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초봉도 크게 인상할 계획에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나는 학창시절부터 나와 가장 가깝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 ‘패배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 쉽게 포기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여섯번의 기회가 있었다면 다섯번은 쉽게 마음을 접었다. ‘재미없으면 안 하면 되지’ 라는 마인드였다. 하지만 나에게 꼭 맞았던 한 두 번의 기회는 바로 받아들였다. 그런 시간들이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했다. 대학생들도 다양한 경험과 시도, 도전을 통해 나 자신을 보는 눈을 갖길 바란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