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2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학교 설비 보수공사를 하고, 다음 학년도 학사일정을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 12~1월에 졸업식을 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다. 학생들에게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재충전할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길어진 겨울방학에 기숙학원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가 늘어나면서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월 졸업식 확산…겨울방학 길어 좋다고?
9일 세종교육청에 따르면 세종지역 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학교는 이달 졸업식을 열고 2019학년도 학사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세종교육청은 2017학년도부터 모든 학교의 학사일정을 앞당겨 마무리하고 ‘1월 졸업식’을 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역별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019학년도 졸업식을 하는 초·중·고교 비율은 △강원 96.6% △경기 86.3% △서울 13.7% △제주 91.8% △충북 77.0% 등으로 집계됐다.

봄방학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학사일정을 1월 초·중순까지 마치고 졸업식과 비슷한 시기에 종업식을 해 새 학기 개강까지 겨울방학을 보내는 식이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바뀐 학사일정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교사들은 생활기록부 작성과 내년도 학사일정 준비 등 2월 졸업식이 끝난 뒤에 새 학기 시작 전까지 몰아서 하던 행정업무를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1월 졸업식’ 증가로 인해 고액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가중되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수생이나 예비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기숙학원들은 최근 입소 대상을 예비 중1 학생들까지로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각종 수업과 자습 등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 기숙학원의 비용은 숙식을 포함해 월 250여만원에 달한다.

경기지역에 있는 한 기숙학원 관계자는 “방학이 길어지자 기숙학원을 찾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학교 입학 전 공부하는 습관을 잡기 위해 학원을 찾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