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권한과 조치 권한 사 측이 가져…"객관적 평가 어렵다"
경남 '직장내 괴롭힘' 모두 '아니다' 결론…금지법 실효성 낮아
경남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지만, 개정 근로기준법이 사내 절차에 따른 자율적 해결에 초점을 맞춰 설계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창원지역 한 자동차부품업체가 여성 직원의 화장실 출입을 체크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제기됐으나 사내 자체 조사 결과는 "괴롭힘이 아니다"로 결론 났다.

피해 노동자에게 화장실 출입 자체를 제한한 적은 없으며 업무와 관련된 지시였다는 것이다.

이에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지난해 12월 연 기자회견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해도 조사 권한과 조치 권한을 사 측이 가지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밀양 한 제조업체 직원 A(32)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유가족이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결과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사 측은 유가족에게 "자체 조사 결과 괴롭힘이 아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가족이 제공한 A씨의 메신저 내용을 보면 A씨는 한 달에 10회 이상 직장 상사의 출·퇴근 운전을 도맡았다.

A씨는 유서에 "과장 차 좀 타고 다녀라. 업무 스트레스도 많이 주고"라는 내용을 적었다.

사 측은 유가족에 "A씨가 운전을 한 건 사실이지만 강제성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A씨 유족은 시위와 기자회견을 이어가며 사 측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창원경상대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소속 교수와 산부인과 소속 교수가 간호사 수십 명에게 수 년 동안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해당 병원 노동조합은 지난 6일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이들 교수를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징계위원회를 열어도 의사가 의사를 징계하기 때문에 경미한 수준이 그쳐 고용노동부 진정, 경찰 고발 등을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직 내 자체적인 조사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이번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내 고충처리위원회를 준비하면서 "병원 내부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위원회의 객관성을 위해 구성원을 의료진 1명, 간호팀 소속 1명, 행정팀 소속 1명, 노동조합 관계자 2명으로 구성했다.

이에 노조는 "위원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피해자 입장을 전달하는 구성원이 있어 전보다는 안심이 된다"면서 "고용노동부에서도 진정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에 나서 적절한 조처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직장갑질119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위해서는 외부에 있는 제3자가 조사하는 게 맞다"라면서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내 조사가 원칙이라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 기사에서 제시된 화장실 사용 제한과 출퇴근 운전, 폭언과 욕설 모두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