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도 남아

렌터카 총량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내부지침으로 자동차 대여업체의 증차를 거부한 제주시의 결정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 "렌터카 총량제 시행전 증차거부 위법"…제주 총량제 위기
제주지법 행정1부(강재원 부장판사)는 8일 자동차 대여업체인 제주스타렌탈 등 2개 업체가 제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신규등록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도가 교통난 해결을 위해 도내 렌터카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렌터카 총량제를 추진하면서부터다.

도는 2018년 2월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개정에 따라 렌터카 수급조절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아 전격적으로 렌터카 총량제를 단행했다.

문제는 렌터카 총량제 단행 시점이었다.

도는 같은 해 3월 20일 개정된 제주특별법이 공포된 뒤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21일 '제주특별자치도 자동차 대여사업 수급조절 계획'(렌터카 총량제)을 수립해 렌터카 수급조절에 나서야 했지만, 본격적으로 렌터카 총량제를 시행하기도 전에 내부지침을 만들어 렌터카 수급조절에 나선 것이다.

법원 "렌터카 총량제 시행전 증차거부 위법"…제주 총량제 위기
제주스타렌탈 등은 국회에서 렌터카 총량제의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일주일 뒤 렌터카 176대 증차를 신청했고, 제주시는 같은 해 4월 이 중 대부분의 증차를 거부했다.

제주스타렌탈 등은 제주시의 자동차신규등록 거부 처분 결정이 부당하다며 그해 5월 4일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제주도와 제주시 측은 당시 "제주의 렌터카 등록 대수가 2013년 1만6천여 대에서 2017년 3만2천여 대로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며 "다른 시도에 주사무소를 둔 렌터카 업체가 도내에 렌터카를 대량 유입하면서 교통체증과 주차난, 편법 영업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더는 렌터카 수급조절을 늦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주특별법 개정안 통과 이후 도가 내부 지침을 만들어 렌터카 총량제를 시행하기까지 열흘 남짓한 기간 렌터카 업체들이 제주에 신청한 렌터카 신규 등록·증차 물량은 4천여대에 달했다.

법원 "렌터카 총량제 시행전 증차거부 위법"…제주 총량제 위기
그러나 재판부는 "2018년 9월 21일 렌터카 총량제가 시행되기 전에 제주도의 요청으로 렌터카 증차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제주시)는 구(옛)도시교통정비 촉진법을 통해 렌터카 수급조절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구(옛)도시교통정비 촉진법은 이미 등록된 자동차를 전제로 시행하는 것으로 신규 렌터카 등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렌터카 운행 대수를 규제하는 렌터카 총량제가 법원 판결로 거듭 위기를 맞고 있다.

렌터카 총량제 관련 소송은 줄줄이 남아있다.

제주스타렌탈 등은 행정소송 외에도 제주시의 자동차신규등록 거부처분 취소 결정으로 큰 손해를 봤다며 서울남부지법에 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이 해당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롯데렌탈과 SK네트웍스 등 5개 업체는 렌터카 총량제와 관련해 제주도를 상대로 '차량운행제한 공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도가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지난 7월 기각 결정되면서 본안소송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