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



많은 생물체는 하루 24시간 주기로 생리 작용을 제어하는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예컨대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시차(jet lag)를 느끼는 건 생체시계가 어긋나고 생체 리듬도 깨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 생체시계가 인체의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밝혀졌다.

폐렴균의 경우 밤보다 낮에 감염됐을 때 치료가 더 어렵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는 지금까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면역세포의 생체시계를 끄면 오히려 세균성 폐렴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다는 게 영국 옥스퍼드대 과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밝혀졌다.

이는 생체시계에 관한 학계의 통념에 배치되는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전의 실험 결과는 한결같이, 생체시계에 이상이 생기면 질병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옥스퍼드대 의대의 데이비드 레이 내분비학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옥스퍼드대가 6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BMAL1이라는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 모델에 실험했다.

BMAL1은 생체시계의 '주 조정자(master regulators)' 역할을 하는 유전자 가운데 하나로, 생체시계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자들과 신호 경로를 조절한다.

BMAL1을 제거했다는 건, 이 유전자의 통제를 받는 면역세포의 생체시계를 껐다는 뜻이다.

BMAL1 유전자가 침묵해 생체시계가 멈추면, 일명 '대식세포(macrophage)'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세균을 공격하는 능력도 더 세졌다.

생체시계가 꺼지면 액틴 단백질로 구성된 대식세포의 '뼈대(skeleton)'가 부드러워져, 대식세포의 공격력 강화로 이어졌다.

이런 결과는 동물의 생체와 배양 세포 실험에서 동일하게 나왔다.

하지만 이 '액틴 뼈대'의 경직도가 떨어지는 걸 차단하면, 생체시계 유전자가 제거돼도 대식세포의 공격력이 강화되지 않았다.

이는 '액틴 뼈대'가 부드러워지는 게 대식세포 변화의 관건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액틴 뼈대'의 변화는 오직 BMAL1 유전자만 제어할 수 있고, 다른 생체시계 유전자는 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

레이 교수는 "항생제 내성 세균에 대처하는 차원에서도 인체 면역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라면서 "생체시계 조절 용도로 개발해 시험 중인 약을 대식세포의 면역력 강화에 적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