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시에 자리한 화장품제조업체 씨엔에프 본사. 이 곳은 하루에 250만 장의 마스크팩을 생산하는 공장이지만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쇼룸처럼 꾸며진 330㎡가량의 북카페가 가장 먼저 보인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고, 한쪽 휴게 공간에선 직원들이 스크린 야구와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마스크팩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올리는 씨엔에프의 추봉세 회장(64)은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직원들이 품질 높은 제품을 만든다"며 "로레알 등 글로벌 파트너들도 직원들 복지 공간을 보고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없는 회사 세운 '영업왕'

추 회장은 지난해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가 수여하는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기술혁신을 통한 사세 확장은 물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씨엔에프는 로레알, LG생활건강, 토니모리 등의 마스크팩을 위탁 생산하는 국내 1위 마스크팩 제조업체다. 1년에 찍어내는 마스크팩만 7억5000만장에 달한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내 복지가 대기업 부럽지 않다고 자랑한다. 전체 직원 259명이 모두 정규직이다. 씨엔에프 직원들은 웬만한 중견기업에서는 쓰기 어려운 난임휴직이나 남성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쓴다. 징검다리 휴일이면 전체 직원들이 연차를 사용해 황금 연휴도 즐긴다. 추 회장은 "주 52시간 제도가 오히려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더니 2년 만에 직원이 두배로 늘어났다"며 "우수한 직원이 모이고, 이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회사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귀띔했다.

추 회장이 화장품 업계에 첫발을 내딛은 건 1983년부터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감성적인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안고 그는 태평양화학(現 아모레 퍼시픽)에 입사했다. 추 회장은 "서성환 태평양화학 창업주의 발탁으로 입사 4년 만에 '에뛰드' 창업 멤버로 합류해 7년을 더 근무했다"며 "영업 부장으로 있을 때는 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11년간 직장 생활을 통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제품을 싣고 나르는 야적장에는 층층이 쌓여있는 피로회복 음료박스가 눈에 띄었다. 추 회장은 "하루 50대 가량 들어오는 트럭 기사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도 '갑질'"이라며 "음료와 함께 대기 시간도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간 쌓아온 신뢰만으로 '자금난'도 극복"

하지만 추 회장의 사업도 그리 순조롭지는 않았다. 사업가의 꿈을 안고 1995년 회사를 세웠지만 1997년 닥친 외환위기와 경기침체로 위기에 봉착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거래처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돈줄이 막혔다"며 "두 달 간 대금 결제를 못해줬지만 그동안 거래처와 쌓아왔던 신뢰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추 회장이 선택한 아이템은 마스크 팩이었다. 일상적인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스크팩 시장이 커지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추 회장은 "지금이야 마스크팩이 익숙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생소한 아이템이었다"며 "마스크팩을 연구하려고 은행 빚을 내가며 일본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 '라라츄'를 출시해 올해 본격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키워볼 계획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회사가 성장해야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복지 개선도 가능해서다. 추 회장은 "직원들에게는 급여가 늘어나는 게 '최고의 복지'"라며 "이익창출로 사내에선 직원들 급여와 복지를 늘리고, 사외에선 사회공헌을 늘리는 게 기업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군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