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고 있는 고유정의 모습.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본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고 있는 고유정의 모습. 사진은 경찰이 촬영한 영상의 캡처본 /사진=연합뉴스
전남편·의붓아들 살인 혐의를 받는 고유정(37)이 의붓아들을 계획적으로 살해했음을 입증할 녹취록이 공개됐다.

고유정은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면서 "내가 쟤(의붓아들) 죽여버릴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제주지법 형사2부 (정봉기 부장판사)에서 열린 고유정에 대한 열 번째 공판에서 고씨가 A군이 사망하기 일주일 전인 2019년 2월 22일 오후 1시 52분 현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다 이같이 말한 녹음 내역이 공개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이 발언을 하기 1시간 전에 인터넷으로 4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 기사를 검색했다"며 "의붓아들 살인사건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은 극단적 발언을 하기 전부터 현남편과 잦은 싸움을 벌였다. 남편이 자신과 유산한 아이, 자신의 아들보다 의붓아들을 더 아낀다는 이유에서다.

고씨는 남편과 다투면서 '너의 모든 것을 다 무너뜨려 줄테다', '웃음기없이 모두 사라지게 해주마', '난 너한테 더한 고통을 주고 떠날 것' 등 문자와 SNS 테러를 벌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의붓아들이 사망한 후 고유정이 친정어머니와 통화하는 도중 "그 밤 사이 (아이가 죽었다)", "(남편이) 잠결에 누른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망원인 등을) 말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의 이같은 추측에 고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실소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고씨가 현 남편의 잠버릇을 언급한 시기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고씨의 뜬금 없는 잠버릇 언급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려는 수단으로 작용했으리라는 추정이다.

고유정은 당일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검사님이 자극적인 것만 뽑아 공격하는데 당시 무얼 했는지 정황을 알려주면 기억이 날수도 있겠으나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20일까지 고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마무리 한 뒤 2월 초 선고 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유정은 지난해 3월2일 청주에 있는 자택에서 의붓아들 B군(5)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고유정이 침대에서 자고있던 B군의 얼굴을 아래로 돌린 뒤 뒤통수를 10분 이상 눌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남편 A씨는 고유정을 '양의 탈을 쓴 괴물'이라고 칭하며 "자신에게만 관심을 갖길 바랐고 그것을 방해하는 대상은 가차없이 제거하려 했다"며 "내가 사랑하는 아들을 빼앗음으로써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고유정은 무능력한 경찰을 속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모두를 속일 수 없었다. 너의 죗값에 대한 댓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분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