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감추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받다가 청문회서 진상규명 협조
참사 피해자 의견 갈려…특조위 "반대의견 많아 지정 보류하고 다시 논의"
가습기살균제 폭로 애경 전 직원 '진상규명 기여자' 지정 논란
가습기살균제 참사 핵심 자료를 숨기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위원에게 로비했지만 이후 자료를 제공하며 조사에 협조한 내부 고발자를 진상규명 기여자로 인정하는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특조위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등에 따르면 특조위는 지난달 31일 전원위원회에서 애경산업 부장 출신 최 모 씨를 진상규명 기여 지원 대상자로 선정하는 안건을 올렸다가 결정을 보류했다.

최씨가 특조위에 애경산업 내부 자료를 제출하는 등 진상규명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과거 잘못이 있고 일부 피해자들이 최씨를 기여 지원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과 관련 규칙에 따르면 조사에 중요한 증언·진술을 하거나 자료 또는 물건을 제출한 사람에게 특조위는 1억원 이하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특별사면·감형·복권을 건의할 수 있다.

최씨는 지난해 8월에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와 애경산업, SK케미칼이 협의체를 만들어 공정위 표시광고법 형사 사건의 대책을 논의하고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개정안 처리 등을 방해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또 최씨는 검찰 조사 등에서 애경이 국회 보좌관 출신 브로커에게 돈을 건넨 사실 등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특조위는 최씨를 지원 대상자로 선정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이 최씨의 전력을 문제 삼으며 선정이 보류됐다.

최씨는 애경산업에서 일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관련 핵심 자료인 흡입독성 자료와 애경이 직접 만든 '파란하늘 맑은 가습기' 관련 자료 등을 처가 다락 창고에 몰래 숨겨둔 장본인이다.

또 전 특조위 상임위원과 만나 식사 접대를 했다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의 한 관계자는 "최씨가 청문회 시작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한 것은 맞지만 과거 진상규명을 방해한 행위를 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사람을 진상규명에 기여했다고 지원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최씨를 진상규명 기여 지원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씨를 진상규명 기여 지원자로 선정하지 않으면 최씨와 같은 내부고발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너나우리'의 이은영 대표는 "특조위 법은 청문회 증인 보호를 규정하고 있지만, 청문회 증언 이후 최씨가 해고됐는데도 특조위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특조위가 이렇게 나오면 어느 누가 용기를 내서 내부고발에 나서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조위는 내부제보자를 왜곡하고 진실을 축소하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결정을 보류한 것이지 최씨를 진상규명 기여 지원 대상자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아직 관련 재판과 특조위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보면서 다시 논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