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장기화 우려"…"중동원유 비중 작아져 증시영향 제한적" 전망도
증권가 "미·이란 갈등, 올 증시 첫 악재…불확실성 커져"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올해 증시의 첫 번째 악재로 떠올랐다.

6일 증권가에서는 이번 이슈가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올해 회복세가 기대됐던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 비중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작아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효진·김상훈·김영환·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15% 수준으로,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는 10% 상승할 수 있다"며 "당분간 국제유가 강세는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 흑자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원화 약세 요인"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하루 동안 10원 가까이 급등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브렉시트 관련 우려 등이 더해진 영국 파운드 외에 두 번째로 큰 약세 폭이며 원화의 추가 약세 압력은 분명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안전자산 선호가 증시 조정의 빌미로 작용하고 한국 증시는 중동 리스크 외에도 1월 중순 실적 시즌 돌입 등의 불확실성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어 고점 대비 5% 내외 단기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경기 하강 압력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면 조정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올해 코스피는 1분기에 고점을 기록한 후 3·4분기부터 경기 둔화와 미국 대선 등으로 하락세를 나타낼 전망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지수 조정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측 대응으로 소규모 군사작전이 이어지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이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중 간 무역갈등 및 경기 불확실성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이란 갈등이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 리스크의 늪을 맞이했다"며 "당장 전면적인 군사 충돌로 확산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주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 "미·이란 갈등, 올 증시 첫 악재…불확실성 커져"
이진우·이승훈·강봉주·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재를 2003년 미국-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지역 긴장감이 가장 높아진 시기로 판단한다"며 "금융시장은 빠른 회복에 나서기보다는 사태의 진행에 따른 관망세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란의 미국에 대한 보복 강도, 양국 간의 마찰 장기화 여부에 따라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여지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는 구조적인 유가 급등 가능성이 작고 원유에 대한 경기 민감도가 낮아졌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누구도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특히 미국은 이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산유국으로 거듭나 2003년 이라크전 당시처럼 중동이 중요한 지역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또 "이란은 미국과의 재래전에서 절대적 열위에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강화로 경제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며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고 올해 2월 이란 총선이 예정돼 있어 반미의 기치 아래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분간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영향으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나, 전면전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1분기 미국 원유 재고 증가세가 확인되면서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변동성은 다른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높이는 연쇄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중동지역 원유에 의존하는 아시아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섹터별로는 항공 등 원유 상승에 취약한 산업재와 자동차 등 경기민감 소비재가 불리하다"며 "그동안 주도주 역할을 하면서 강세를 보여온 반도체 등 기술 섹터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아직은 전반적인 전망을 바꾸기는 이르다"며 "유가 급등세가 지속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반도체 등 기술 산업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