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장성, 제2·3도시 텔아비브·하이파 표적 지목
중동지역 미국 동맹국·우방들은 이란 보복 우려에 '침묵'


미국과 이란의 짙어지는 전운 속에 이란이 미국의 재보복 때 이스라엘 주요 도시들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모흐센 레자에이 이란 전 혁명수비대장은 5일(현지시간)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살해한 데 대한 이란의 보복에 미국이 대응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란, 미국 재보복 땐 "이스라엘 가루 만들겠다" 경고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인 레자에이는 트위터에서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어떠한 반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파는 지중해에 접한 이스라엘의 3대 도시로 무역, 휴양, 상공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다.

텔아비브는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수도이며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에 이어 인구가 많은 이스라엘의 2대 도시이다.

이란 ISNA 통신에 따르면 레자에이 사무총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보복이 있을 경우 52개 지역을 공격한다고 했다"며 "그렇게 되면 이란은 이스라엘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하이파와 이스라엘의 중심지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 "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이란이 미국인과 미국 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란과 이란 문화에서 중요한 52곳을 신속하고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고 하자 반발한 것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도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장소를 공격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과 우방들은 내심 솔레이마니 살해를 반기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는 중동 지역에 미국과 이란 관계가 퍼즐처럼 얽혀 있어 이란 보복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 미국 재보복 땐 "이스라엘 가루 만들겠다" 경고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중심으로 시리아와 가자 지구의 무장 세력,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구축했다.

이들 지역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사정권에 있는 데다 시리아, 이라크의 미국 파견부대와도 가까운 곳이다.

이에 따라 이란이 이러한 관계를 활용해 미국의 동맹국들에 공격을 가하고 난 후 이란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게 NYT의 전망이다.

미국 동맹국들은 이란의 향후 조치를 예측하고, 방위 태세를 증강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제거 작전에 거리를 두면서 심지어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물밑에서 이란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나 UAE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접하고 있어 민감한 상황이다.

두 나라는 부국이면서 석유 매장량이 풍부하고, 상업 기반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란의 공격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 사회학자인 칼리드 알다크힐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걸프만 지역의 국가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이 지역은 민감하고, 분열돼 있기 때문에 이란을 자극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