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음원 사재기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음원 사재기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조작된 세계-음원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라는 특집으로 가요계의 고질적 병폐인 음원 사재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지난 208년 4월 대형기획사들의 유명 아이돌들이 다투어 컴백한 시기, 음원 차트 1위에는 낯선 가수의 이름이 올랐다. 가수 닐로가 그 주인공. 음원 1위는 축하받을 일이었으나 딱히 방송 활동을 한 것도, 팬덤을 형성하고 있던 것도 아닌 그의 차트 1위는 그보다 의혹을 더 불러왔다.

의혹을 받고 있는 닐로의 '지나오다'는 2017년 10월 31일 정식 발매됐다. 발매 후 5개월여 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곡은 지난해 3월 23일 자정 97위로 멜론 차트에 첫 진입했다. 이후 1시간 만에 50위를 뛰어넘었고, 20일 뒤인 4월 12일엔 트와이스, 엑소 첸벡시, 빅뱅 등을 제치고 음원 차트 위에 올랐다.

닐로의 음원 1위는 결국 "사재기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왔다. 당시 의혹을 받자 닐로의 소속사는 "SNS를 기반으로 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며 부인했고, 악성 루머에도 법적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후 닐로 소속사의 요청으로 주무부서인 문체부가 자체 조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이 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싶다'는 다시 한번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가들도 '지나오다'의 하트 1위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약학부 교수는 "(닐로의 곡이 상위권에) 올라온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 안 한 건 물론, 공연을 통해 팬덤을 단단히 굳힌 상태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김진우 중앙대 예술대학 겸임교수도 "굉장히 빨리 올라왔던 케이스"라고 평가하며 "차트가 이렇게 일시적으로 하락이나 옆으로 횡보하는 현상도 없었다. 30위 안에 들어오는 것, 그 안에서 자체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1위까지 치고 올라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 역시 의구심을 품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닐로의 '지나오다' 노래방 순위에 대해서도 "아무 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12위로 오른다. 일반적인 역주행 곡들은 노래방에서 가창이 되고 음원차트 등의 지표에 오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렇게 네가 인기 많으면 공연해보라고 하는데 텅빈 좌석 배치도 봤나"라며 "이 정도 실력이 인기면 단독 공연을 엄청 성황리에 해야 하는데 자리 배치도가 텅텅 비어서 취소했다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렇듯 계속되는 사재기 의혹 속에서 밴드 술탄 오브더 디스코, 가수 타이거 JK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바이럴 마케팅의 실체와 음원 차트 순위 조작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제작진에 제보한 이들 중에는 실제 음원순위 조작을 의뢰했거나 직접 실행한 사람도 있었다.

'음원 사재기'는 그간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를 쉽게 찾을 수 없어 매번 의혹으로만 남았다. 그러나 이번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마침내 그 실체가 드러난 가운데 가요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