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 백자 동화매국문 병 지정 해제 검토
"지정 당시엔 조선 유물, 지금은 14세기 원나라 견해 우세"
'국적 논란'으로 46년만에 심판대 오른 국보 도자기

지난 1974년 국보 제168호가 된 '백자 동화매국문(銅畵梅菊文) 병'이 제작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지정 해제될 위기에 놓였다.

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가치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백자 동화매국문 병의 국보 지정 해제 안건을 논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일본인 골동품상 아마쓰 모타로(天池茂太郞)에게 300엔을 주고 구매했다는 문화재다.

높이는 21.4㎝, 입 지름은 4.9㎝이다.

이 유물은 붉은색 안료인 진사(辰砂)를 사용한 조선 초기의 드문 작품으로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형태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 국보로 지정됐으나, 지금은 중국 원나라 14세기 작품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상황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평가는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설명에서도 확인된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은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백자 병"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도자기에 이미 진사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조선시대 전기에는 도자기에 붉은색을 냈다는 사실만이 전해지고 있을 뿐이며 후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앙박물관은 "경덕진요(景德鎭窯) 초기 형태의 유리홍(釉里紅·유약 밑에 붉은 그림)으로 시기는 원대"라며 "가운데 몸통에 매화와 국화 무늬를 그렸으며, 간간이 파초와 매화가 유리홍으로 표현됐다"고 했다.

'국적 논란'으로 46년만에 심판대 오른 국보 도자기

지정 해제 검토를 앞두고 문화재청이 전문가들로부터 받은 의견을 보면 원나라 도자기이므로 해제가 타당하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지정 조사자 A씨는 "이 백자에 대한 가장 큰 논란은 언제 어디에서 제작했는가 하는 시기와 국적 문제"라며 "조선 전기에는 백자에 동화(銅畵·구리가 주성분인 안료로 문양을 장식하는 기법)로 장식한 사례가 없다고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백자 동화매국문 병과 유사한 자료로는 1323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다 침몰한 신안선 출토 '백자 유리홍 시문 접시'가 있다면서 중국 경덕진요에서 14세기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사 사례가 중국에 여러 점 존재하고, 문양이 뛰어나다고 하기도 어렵다"며 "해외 문화재도 중요성이 인정되면 문화재로 지정하지만, 이 백자는 희소성·완전성·예술성·학술적 가치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사자 B씨는 "흙에 미세한 이물질이 있고 유약층은 기포가 많아 최상급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매화와 국화 무늬 필치가 느슨하여 생동감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국적 논란'으로 46년만에 심판대 오른 국보 도자기

문화재위원회는 일단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보류 결정을 한 뒤 "과학조사, 중국 도자기 관련 보완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일단 체계적 연구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해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셈이다.

이전에도 국보에서 지정 해제된 사례가 있다.

거북선에 장착된 화기로 알려졌으나 1996년 가짜로 판명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귀함별황자총통'은 국보 제274호에서 해제됐다.

국보 제278호 '이형 좌명원종공신녹권 및 함'은 2010년 한 단계 아래인 보물로 강등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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