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수료생 160여명 배출…올해부터 초등학력 인정
만학도들의 '한글 배움터' 인천 남동글벗학교

인천에 사는 만학도 서모(72·여)씨는 어릴 적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데다 학교도 걸어서 40분 거리에 있었던 탓에 배움의 시기를 놓쳤다.

그는 성인 문해교육기관인 '인천 남동글벗학교'에서 뒤늦게 한글을 배운 뒤부터는 몇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을 떠올리며 그리움을 글로 풀고 있다.

서씨는 5일 "딸을 보내고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며 "글로 적어내니 더 생각나 슬프지만 한편으론 후련하다"고 말했다.

아직 맞춤법을 헷갈려 틀리는 단어도 많지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게 마냥 신기하다.

이제는 집 근처 시장에서 식재료를 살 때도 원산지를 확인한다.

서씨를 비롯해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20여명이 이 학교에 모여 글쓰기 실력을 편지지에 꾹꾹 담아내는 모습은 어린 학생들의 열정과 다르지 않다.

받아쓰기 시험 때는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손이 덜덜 떨린다"며 서로 엄살도 부린다.

인천 남동글벗학교 관계자는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머리가 녹슬어서 (암기가) 안 된다'고 자책했다"며 "글을 배우고 나선 '은행이나 주민센터에 혼자 갈 수 있다'며 뿌듯해하신다"고 말했다.

만학도들의 '한글 배움터' 인천 남동글벗학교

인천시 남동구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인 남동글벗학교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능력까지 기르는 문해교육을 한다.

2017년 38명, 2018년 55명, 지난해 55명의 만학도가 이곳에서 문해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문해교육 수강생들은 입학 전 진단평가를 통해 초급·중급·고급반으로 나뉜다.

3월부터 12월까지 1주일에 3차례 총 240시간 동안 한글교육 중심의 수업을 받는다.

남동구는 지난해 학생들의 시화 작품과 편지글 100여편을 엮은 남동문해 시화집을 발간했고 이들 작품을 담은 기념 달력도 만들었다.

올해부터는 남동글벗학교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초등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학교가 인천시교육청의 공모사업을 통해 초등학력을 인정하는 문해교육 운영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강호 남동구청장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뒤늦게나마 학력 취득의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배움의 기쁨과 성과를 나누는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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