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 내 만연한 허위초과근무수당을 폭로한 뒤 '보복감찰'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세준 경장이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최근 경찰 내 만연한 허위초과근무수당을 폭로한 뒤 '보복감찰'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세준 경장이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경찰 생활을 10년 동안 하면서 왜 이제야 나섰냐고 하면 할 말은 없죠.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경찰공무원으로서 부채감이 더 커 이렇게 나서게 됐습니다."

최근 경찰 내 만연한 허위초과근무수당을 폭로한 뒤 '보복감찰'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 중인 주세준(33) 경장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가 옷을 벗더라도 이거 하나는 고치고 가자는 확신이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10년 동안 늘 조직 내부에서 허위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왔다"라면서 "공무원 전체를 돌아보면 엄청나게 큰 혈세가 위법적 요소 아래 공무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주 경장의 내부고발 발단은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2월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포천경찰서 가산파출소로 발령을 받은 주 경장은 파출소장 A 씨의 허위초과근무수당 수령을 목격한다.

이후 주 경장은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A 씨가 재차 허위초과근무수당을 받자 공식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파출소 두드림함에 진정서를 냈고 다음달에는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민원을 넣었다. 또한 같은달 25일에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A 씨를 의정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주 경장은 "보통 문제를 제기하면 본인들이 잘못했다고 한다"면서 "이후 또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적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엔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각종 욕설과 갑질이었다"면서 "이제는 보복감찰까지 당하고 있다"라고 했다.

현재 포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은 내부고발자인 주 경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상황이다. 주 경장은 내부고발을 당한 A 씨와 포천경찰서가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포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이 지난해 12월 주 경장에게 보낸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에 따르면 징계 사유는 △2018년 6월 21일 현행범 체포 뒤 현행범인체포서 작성 등 절차 없이 범인을 석방해 사건묵살, 폭행 피의자에게 폭언, 폭행 등 가혹행위 △2018년 4월부터 6월18일까지 파출소 공공전기로 전기자동차를 무단으로 충전해 사익을 취한 점과 5월 중순 전기차를 충전하지 말라는 소속 상관의 지시를 어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7일까지 20회에 걸쳐 상습 지각과 같은 근무 태만을 저질렀다는 내용 등이다.

가혹행위 건과 관련해 주 경장은 "6명이 1명을 집단폭행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었다"라면서 "이후 폐쇄회로(CC)TV, 신고자 증언 등을 토대로 풀어주자는 당시 파출소장의 결론이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주 경장은 또 "이 일이 정말 문제라면 피해자들이 고소했을 것이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다른 경위, 파출소에 왔던 본서 여성청소년계 직원, 파출소장 등도 모두 징계 대상"이라며 "그런데 아무도 징계 대상에 오르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주 경장은 오는 20일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주 경장은 이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주 경장은 "지난 7월부터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징계위를 미뤄왔다"라면서 "정해진 절차인 참고인 조사도 없이 바로 징계위에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2월이면 경찰도 인사가 있다 보니 새로운 서장이 오게 된다"며 "현재 포천서는 이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징계위 강제 개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심지어 구체적인 징계 사유 등에 대한 내용도 강제로 징계위를 연다고 통고한 지난해 12월 11일에 알게 됐다"라면서 "저는 변호인 조력을 통해 위법한 징계위 과정에 대해 지적하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경장은 그동안 경찰로서 가져왔던 부채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10년의 경찰 생활을 하면서 공무원 사회 전체에 만연한 허위초과근무수당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고민을 늘 이어왔기 때문이다.

주 경장은 "저도 수사, 형사 생활 거치며 10년 동안 경찰을 해왔다"라면서 "때로는 조직 내에서 굴복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너무 거창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혈세가 매년 낭비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로지 국민의 봉사자로 경찰이 됐을 뿐이기 때문에 옷을 벗더라도 이 문제만은 고치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복감찰이라는 주 경장의 주장에 대해 포천경찰서 관계자는 "감찰이 진행 중이라 관련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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