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라돈 흡입만으로 생기지 않아…피의자들과 가족도 침대 장기간 사용"
'라돈침대 사태 초래' 고발당한 전 원자력안전위원장도 무혐의
檢 "라돈침대-폐암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대진침대 대표 불기소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제작·판매한 업체 대표와 관계자 등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라돈 침대 사용과 폐암 발생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이동수 부장검사)는 상해·업무상 과실치상·사기 등 혐의로 고소당한 대진침대 대표 A씨와 납품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해 '혐의없음'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라돈 방출 물질인 모나자이트 분말을 도포한 매트리스로 침대를 제작·판매해 이를 사용한 고소인들에게 폐암, 갑상선암, 피부 질환 등의 질병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라돈이 폐암 유발 물질인 사실은 인정되나 갑상선암·피부질환과의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며 "폐암이 라돈 흡입만으로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닌 만큼, 라돈 방출 침대 사용만으로 폐암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침대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행위가 사기에 해당한다는 고소인 주장에 대해서도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인 사실이 인정돼야 하나, 피의자들 본인과 가족도 라돈 침대를 장기간 사용해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라돈이 방출되는 매트리스를 '음이온 방출 인증으로 공기 정화 효과까지'라고 거짓으로 광고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의 관한 법률 위반,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지원법 위반)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라돈 침대에서 음이온이 방출되는 것은 사실인 점, 표시·광고법 위반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이 또한 불기소 처분했다.

모나자이트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라돈 침대 사태를 초래하고 2018년 방사선량 분석 결과를 낮춰 발표한 혐의(직무유기)로 고발당한 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위원장 B씨와 원안위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원안위가 매년 업체들의 관리실태를 조사하고 안전교육을 한 점, 1차 조사결과 발표 후 시료 추가 확보와 피폭선량 산정 기준 추가 검토를 통해 발표 수치를 변경한 점 등을 들어 B씨와 원안위가 직무를 의도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라돈 침대 사태는 2018년 5월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라돈은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정하고 있다.

원안위는 두 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 대진침대 매트리스의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의 최고 9.3배에 달한다고 발표하고 곧바로 수거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 대진침대뿐 아니라 다른 업체가 판매한 침구류와 온수매트, 미용 마스크 등 생활제품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