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기념사업회 이사장 "구미시가 뽑도록 통보해 거부할 수 없었다
왕산기념관 사무국장에 '왕산 지우기' 앞장선 퇴직 공무원 임명
'독립운동 선구자' 왕산 허위 선생을 모신 기념관 사무국장에 왕산 명칭 지우기에 앞장선 퇴직 공무원이 임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경북 구미시와 왕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임기 3년인 왕산허위선생기념관 사무국장에 퇴직 공무원 A씨를 임명했다.

A씨는 최근 퇴직하기 전까지 동장으로 근무하며 공원 광장과 누각 명칭을 '왕산'에서 '산동'으로 바꾸고 허위 선생 집안 독립운동가 14인 동상을 다른 곳에 설치하자는 데 앞장섰다.

허위(許蔿·1855∼1908) 선생은 1908년 의병투쟁으로 일제에 사형당한 '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이다.

형제와 자녀 등 무려 14명이 독립을 위해 싸웠다.

선생 장손자인 허경성 옹은 "관변단체들을 동원해 공원 명칭에서 왕산을 지우는 데 앞장선 사람을 기념관 사무국장으로 임명하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고 이사회에 전달했지만 묵살됐다"고 반발했다.

명예직인 김교홍 왕산기념사업회 이사장 겸 왕산허위선생기념관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기념사업회는 구미시 위탁사업으로 기념관과 기념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관상 사무국장 임명권이 이사회에 있지만 실제로는 예산(연간 2억6천만원)을 지원하는 시가 임명한다"며 "시가 이사회에 장씨를 뽑도록 통보해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왕산기념관 사무국장에 '왕산 지우기' 앞장선 퇴직 공무원 임명
김 이사장은 "10년간 허위 선생 기념사업을 맡아왔지만, 뜻대로 추진하지 못해 이사장직과 관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예산 지원을 볼모로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퇴직 공무원을 연봉 3천500여만원인 기념관 사무국장으로 보낸 의혹을 사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념관 사무국장 임명 전에 기념사업회와 구두로 협의했다.

일방통보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2011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 모두 퇴직 공무원이 임명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시는 왕산기념관 운영 조례에 '유족 대표를 운영위원으로 위촉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유족을 뺀 채 부시장, 공무원, 교수, 단체 대표 등 9명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예·결산을 결정해 왔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는 "구미시와 왕산기념사업회는 허위 선생 후손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분들의 뜻을 존중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허위 선생 자손들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에 만주, 사할린, 미국 등으로 피신해 살았다.

선생 손자 3명은 2004년 은행 대출금 6억원으로 매입한 왕산 생가터 2천㎡(현 시세 20억원)를 시에 기부채납했다.

왕산기념관 사무국장에 '왕산 지우기' 앞장선 퇴직 공무원 임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