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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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뇌물수수 등 11개 죄명으로 31일 불구속 기소했다. 올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수사가 126일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최종 목표로 정해놓고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총력을 기울여 벌인 수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초라한 결과”라며 “재판과정에서 하나 하나 반박하고 조 전 장관의 무죄를 밝혀나가겠다”고 했다.

◆검 “조국, 아들 시험문제 대신 풀어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오전 조 전 장관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선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허위 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딸과 아들이 대학 및 대학원 등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된 서울대 인턴증명서 등을 제출해 해당 학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하는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장관은 2013년 7월께 아들이 해외대학 준비로 학교 수업을 빠져야 되자 출결 처리를 위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예정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출석을 인정 받게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당시 아들이 재학 중이던 한영외고의 출결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이 아들의 학점을 위해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줬다는 의혹도 새로 제기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16년 두차례에 걸쳐 아들로부터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 문제를 건네받아 문제를 나눠 푼 뒤 답을 아들에게 전달했다. 아들은 해당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으며,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조지워싱턴대의 성적 처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같은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관련 의혹에 정 교수가 공모했다고 보고, 정 교수도 조 전 장관과 같은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딸이 받은 장학금 뇌물로 판단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지도교수였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받은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 뇌물 성격이 짙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자 노 원장이 향후 부산대병원장 진출 등에 조 전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청탁 명목으로 장학금을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판단 아래 조 전 장관에게 뇌물수수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노 원장도 뇌물공여와 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조 전 장관의 딸이 노 원장으로부터 받은 장학금 총액은 12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기간에 지급된 장학금에 대해서만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위법투자 의혹과 관련해선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조국 딸 기소 여부는 미정

당초 기소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 전 장관의 딸은 이번에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이미 구속기소된 정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 관련 공소장에 딸이 공범으로 기재된 만큼,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딸도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딸에 대해) 불기소 방침으로 결론 내린 것은 아니다”며 “나머지 관련자에 대하여도 순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 전 장관의 아들도 기소 대상에서 빠졌지만,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의혹에 아들도 공모했다고 봤다. 법조계는 “공모 혐의가 드러난 만큼 검찰이 자녀도 빠짐없이 기소할 것”이라는 시각과 “일가 4명을 모조리 법정에 세우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반응이 공존한다.

◆조국 측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긴 직후 조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변호인단은 “이번 기소는 검찰의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기소”라며 "기소 내용도 검찰이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끝에 어떻게 해서든 조 전 장관을 피고인으로 세우겠다는 억지기소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치국가에서 범죄혐의에 대한 실체적인 진실과 유무죄는 재판정에 합법적인 증거들이 모두 제출되고, 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지위에서 공방을 벌인 후, 재판부의 판결을 통해서 비로소 확정된다”고 했다.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하나 하나 반박하고 조 전 장관의 무죄를 밝혀나가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현재 정 교수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조 전 장관의 혐의와 증거가 정 교수와 상당 부분 중복된다”며 “이를 고려해 기존 정 교수의 구속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병합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