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 '프로듀스' 연출자 안준영 PD, 가수 정준영 /사진=한경DB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 '프로듀스' 연출자 안준영 PD, 가수 정준영 /사진=한경DB
2019년 연예계는 연이은 사건사고로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온 국민들을 들끓게 한 거대한 유착의 근원 '버닝썬'을 시작으로 Mnet '프로듀스' 조작 논란, 음원 사재기 의혹 등으로 몸살을 앓는가 하면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비보까지 전해졌다. 2019년 연예계를 멍들게 한 이슈들을 짚어봤다.

◆ 태풍이 된 나비의 날갯짓 '버닝썬 게이트'
클럽 버닝썬 /사진=한경DB
클럽 버닝썬 /사진=한경DB
클럽 내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버닝썬 게이트'는 연예계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강타한 2019년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버닝썬의 최초 고발자인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클럽 버닝썬을 방문했다가 직원으로부터 폭행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리고 이 폭로는 클럽 내 마약 투약 및 유통, 성범죄, 횡령, 경찰과의 유착 등으로 몸집을 부풀리며 희대의 '게이트'로 확대됐다.

무엇보다 버닝썬은 그룹 빅뱅의 승리가 운영에 개입했던 곳으로 그 역시 각종 논란의 대상이 됐다. 승리는 성매매 및 버닝썬 자금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의혹이 불거지며 지난 6월 경찰에 송치됐다. 결국 그는 빅뱅에서 탈퇴했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도 해지했다.

◆ 몰카의 덫에 걸린 '승리와 친구들'
가수 정준영,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사진=한경DB
가수 정준영,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사진=한경DB
버닝썬 사건에서 파생된 또 다른 사건이 바로 연예인들의 불법 촬영물 공유 사건이다. 승리와 가수 정준영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 뒤를 봐줬다는 대화가 오가며 유착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이 대화방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한 불법 동영상이 공유된 사실이 덩달아 발각된 것이다. 단톡방 멤버로는 승리와 정준영을 비롯해 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과 로이킴, 에디킴 등이 거론됐다. 이들은 팀 탈퇴, 활동 중단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씨엔블루 전 멤버 이종현, 하이라이트 전 멤버 용준형도 불법 촬영물을 공유 받고 부적절한 대화 등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며 팀 탈퇴를 면치 못했다.

특히 정준영과 최종훈은 집단 성폭행 의혹까지 불거져 타격이 더욱 컸다. 두 사람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 3월 대구 등에서 술에 취한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준영에게 징역 6년을, 최종훈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이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 '국민 프로듀서'라더니…뒤통수 친 '프로듀스'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 /사진=한경DB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 /사진=한경DB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K팝 그룹을 배출해내던 CJ ENM 산하 음악 채널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투표 조작 논란이 불거지며 모두를 경악케 했다. '국민 프로듀서'를 외치며 시청자가 직접 뽑는 '내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던 '프로듀스'였기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연출은 맡았던 안준영 PD는 업무방해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경찰 조사에서 '프로듀스X101'과 시즌3인 '프로듀스48' 순위 조작 혐의를 인정했다.

이후 검찰은 안 PD가 조작을 시인한 시즌 3, 4를 포함해 '프로듀스' 전 시즌에 걸쳐 시청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0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안 PD와 책임프로듀서였던 김용범 CP 등은 이 같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멤버 선발에서 시청자들에게 유료문자투표를 받았던 '프로듀스'였기에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말까지 따라붙었다. 결국 CJ ENM은 논란이 불거진지 5개월 만인 지난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는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던 많은 연습생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정말 미안하다"며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문자투표에 참여하는 등 프로그램을 응원해 주신 팬들과 시청자 여러분께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죄송한 심정이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의 잘못이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 언제쯤 뿌리 뽑힐까…음원 사재기와의 전쟁
그룹 블락비 박경 /사진=한경DB
그룹 블락비 박경 /사진=한경DB
올해도 역시나 '음원 사재기'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그룹 블락비 박경은 지난달 "나도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말을 SNS에 올리며 다수의 동료 가수들을 언급해 파장이 일었다. 이후 거론된 아티스트들은 일제히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음원 사재기는 그 실체가 불분명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요계의 숙원 사업과도 같다.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가수들이 차트인을 한 후 급격한 순위 상승을 이끌어내면 매번 사재기 의혹이 일었다. SNS 바이럴마케팅 효과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차트 1위까지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음원 사재기와 팬덤의 줄세우기를 막고자 2018년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은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 제도를 도입했으나 프리징 시간 직전에 순위를 올려 유지하는 방법이 지속되며 이 또한 실효성에 의문이 따르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진상 조사도 있었지만 결국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지 못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속되는 음원 사재기 의혹에 지난 8월 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공정상생센터에 음원사재기 신고창구를 마련했고, 최근 음악 산업 단체들은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과 원활한 시장경제 활성 확립을 위한 윤리 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음원 사재기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음원 차트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끈질긴 의심의 뿌리가 2020년에는 과연 시원하게 뽑힐 수 있을까.

◆ 떠난 故 설리와 구하라, 그리고 남은 것
가수 고(故) 설리, 고 구하라 /사진=한경DB
가수 고(故) 설리, 고 구하라 /사진=한경DB
2017년 세상을 떠난 그룹 샤이니 고(故) 종현의 빈 자리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 10월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사망 비보가 전해졌다.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비통함을 표했다. 늘 당차고 밝은 모습을 보였던 고인이었기에 대중들의 충격은 컸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고 설리의 절친이었던 가수 구하라도 세상을 등졌다.

연예계는 그야말로 침통함에 빠졌다. 수많은 연예인 동료들이 예정돼 있던 행사들을 취소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비보는 남은 이들에게 진지한 물음을 안겼다.

고 설리는 생전 여러 루머와 악플에 시달리다 고통을 호소,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복귀한 그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여성 아이돌에게 가해지는 편견을 깨고 당당하게 활동했다. 고 구하라 역시 불법촬영 피해와 이에 따른 2차 피해 속에서도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중 앞에 섰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우리의 곁을 떠났다. 이후 익명성에 기댄 무분별한 온라인 상 악플과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그대로 기사에 담아 공론장 역할을 하는 일부 보도 행태들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포털사이트 다음은 지난 10월 연예기사 내 댓글 창을 폐지했고, 내년 2월까지 실시간 이슈 검색어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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