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영토반환 계획 없는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에 타격
"러시아, 적극적 인프라 투자로 크림반도 반환거부 의지 표명"
러시아-크림반도 철로 개통에 우크라 "영토침해" 발만 동동
러시아가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철도 교량을 완공하고 열차 운행을 시작하면서 그간 영토반환을 주장해온 우크라이나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열차가 우크라이나 국경 너머로 승객을 수송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수사에 착수하며 반발했지만, 영유권 문제를 해소할 뾰족한 수를 갖고 있지 않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5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 크림교를 2016년 2월부터 짓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5월 자동차 도로를 개통한 데 이어 최근 철도 교량까지 완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3일 크림교 철도 교량 완공식에 참석했고, 시범 운행하는 열차 기관실에 직접 탑승해 시찰하는 등 크림반도를 향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크림반도가 러시아 영토이며, 우크라이나에 돌려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 정치기술센터 알렉세이 마카르킨 부원장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나머지 러시아 지역을 연결하기 위해 엄청나게 투자한다는 신호"라며 "러시아는 절대 크림반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문명화된 그 어떤 나라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병합한 것을 정당화하려는 비효율적인 시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문제 삼아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있는 유럽연합(EU)도 "불법적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강제적으로 통합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발과 EU의 제재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빼앗긴 영토를 되찾아오겠다고 대선 공약을 내걸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 반환을 촉구해오면서도 이를 위해 세워놓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인정했으며, 영토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에서 '러시아 국내 정치와 정치제도 프로그램'을 이끄는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의장은 이번 철도 개통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주민투표 결과 등을 근거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이 지역에 화력발전소를 세우고, 크림교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를 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러시아-크림반도 철로 개통에 우크라 "영토침해" 발만 동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