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완공된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는 정수·폐수·물 재이용 등 10만3761㎡ 규모의 테스트베드(시험무대) 4개가 운영되고 있다. 28개 입주 기업들은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이 보다 큰 환경에서도 실증되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도록 대구 전체를 테스트베드로 내놓겠다”고 선언한 지 4년 만에 만든 물산업 인프라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는 물 테스트베드로 역외기업 14개를 포함해 총 28개 업체가 연구개발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스마트시티로 조성하고 있는 대구 대흥동 수성알파시티 9만7900㎡는 자율주행 및 스마트시티 테스트베드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이곳 자율주행 실증 도로에는 국내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프링클라우드와 자동차부품연구원이 각각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시는 스마트시티 모델을 북구의 금호워터폴리스와 동구의 안심뉴타운, 통합공항 이전지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테스트베드 도시’로 변신하고 있는 대구시는 사회 분야에도 테스트베드 실험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시는 2025년 완공할 대구시 신청사 입지를 시민 250명이 참가해 2박3일간 합숙하며 토론한 끝에 4개 후보지 중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로 지난 22일 확정했다. 숙의(熟議)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을 신청사 후보지 선정이라는 사회 분야에 적용해 15년간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신청사공론화위원장)는 “복수의 대안 중 하나를 시민들이 토론 민주주의 방식으로 결정한 국내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기술기업들이 시민들과 함께 리빙랩(생활실험실)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융합된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테스트베드도 대구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경북대 연구개발동아리 크누비는 이안텔리전스라는 정보기술(IT) 기업과 교통 약자를 위한 차량 전후방 사각지대 회피 기술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청각장애 운전자를 위해 전후방 충돌 경고 및 알림을 룸미러에 시각화해 알려주는 기술이다. 시는 2017년부터 사회문제해결형·기술실험형 스마트리빙랩, 도시재생골목형 리빙랩 등 85개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권 시장은 “경제 사회 분야 테스트베드를 확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부산시는 해양·항만·수산 분야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부산항만수산산업진흥원(가칭) 설립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육해공 중심지로 도약해 ‘해양수도 부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용역과 행정안전부 협의, 조례 제정 등의 절차를 거쳐 2021년께 진흥원이 설립되면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에 설립한 해양 전담 정책 연구기관이 탄생한다.부산시는 부산항만수산산업진흥원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에 들어갔다. 용역은 1억5000만원을 들여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맡아 1년간 진행한다.시는 재단법인 형태로 진흥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조직은 항만산업본부, 수산경제본부, 기금사업본부, 기획조정실 등 3본부 1실 체제로 이뤄진다. 조직 인원은 41명으로 출범하되 단계별 업무 확대를 고려해 5년 내 7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사회와 감사를 두며 이사진은 10명 이내로 구성한다. 시 물류정책관과 부산항만공사 경영본부장을 당연직 이사로 두며 나머지 이사진은 외부 추천위원으로 채운다.시는 기존 테크노파크 해양물류산업센터와 해양수산바이오센터를 진흥원 조직으로 흡수 통합하기로 했다. 부산경제진흥원(BEPA)과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BISTEP) 업무 중 해양수산에 관련된 업무 역시 진흥원으로 가져온다.현 해양물류산업센터와 해양수산바이오센터의 건물·장비 등 자산도 진흥원으로 이관한다. 내년에 종료되는 부산항 환적화물 유치 인센티브 예산(연 30억원)을 기구 출연금으로 전환하고 진흥원의 수탁 수익을 진흥원 운영비로 사용하기로 했다.진흥원은 지역 내 해양수산 종사 기업 정기 실태조사, 일자리 실태조사 등 산업 전반의 기본 현황 파악부터 연구개발도 맡는다. 그동안 부산시와 부산시 산하 기관에서 해오던 해양수산 분야 산업 지원도 수행한다.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서관용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사진) 연구팀이 고층 건물 외벽이나 자동차 선루프 같은 외관 유리창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발표했다.기존 태양전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검고 어두운 색깔의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주로 가시광선 영역의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한다. 유리창을 투명하게 만들면 가시광선이 그대로 통과해 전기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서 교수 연구팀은 태양광 활성층인 실리콘 기판 위에 태양광이 투과할 수 있는 미세구조를 도입하는 방법으로 실리콘 태양전지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세구조는 0.1㎜ 크기로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해 눈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이강민 연구원은 “미세구조가 있는 부분은 가시광선을 투과시키고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가시광선을 포함한 태양광 흡수가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투명해 보이면서도 태양광 흡수가 일어나는 실리콘 기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연구팀은 투명 실리콘으로 생산한 태양전지로 최고 12.2%의 발전 효율을 얻었다. 태양광 발전 효율 20%에는 못 미치지만 태양광의 3~4%만 전기로 바꿀 수 있던 기존 투명 태양전지와 비교하면 가장 높은 효율이다. 서 교수는 “결정질 실리콘은 투명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깬 의미 있는 연구”라며 “투명 실리콘 태양전지 발전 효율을 15% 이상 끌어올려 투명 태양광 시대를 여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 학술지 셀(Cell)의 에너지 분야 자매지인 줄(Joule)에 게재됐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