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S-400 도입하며 러시아와 신밀월 형성…미국·나토 반발
美, 터키에 F-35 판매 금지…터키 "美공군기지 폐쇄할 수 있다" 반격
나토, 터키-러시아 밀착에 진퇴양난…미국-터키 관계도 살얼음판
방위비 인상을 둘러싼 신경전, 회원국 간 불신 등으로 다소 우울한 70돌을 맞았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나토와 협조하는 쿠르드족 민병대를 공격하고, 러시아제 미사일 시스템 S-400을 도입하는 등 미국과 유럽의 안보 동맹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해온 터키가 그 중심에 있다.

나토가 견제하는 러시아와 자꾸만 손잡으려는 터키에 미국이 터키에 F-35 전투기 판매를 금지하는 등 제재를 부과하자 터키 역시 보복을 불사하겠다며 반격에 나섰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났을 때만 해도 "아주 훌륭한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함을 과시했지만, 결국 터키를 불편하게 만들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또다시 제재를 부과한다면 터키 인지를리크와 퀴레지크에 있는 공군기지를 폐쇄할 수 있다는 강수를 뒀고, 이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동맹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나토, 터키-러시아 밀착에 진퇴양난…미국-터키 관계도 살얼음판
나토, 터키-러시아 밀착에 진퇴양난…미국-터키 관계도 살얼음판
미국이 터키에 부과할 제재 수위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이미 틀어진 양국 관계를 정상궤도에 돌려놓고, 나토 회원국 간에 흐르는 긴장을 완화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터키에 주재하는 한 서방국가 외교관은 WSJ에 "자동차 충돌사고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평했고,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터키에)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그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 간 갈등은 지난 10월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 민병대(YPG)를 테러조직 분파라고 주장하며 공격하면서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 다수는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선봉에 선 YPG를 동맹으로 여기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이 나토와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먼저 당신부터 뇌사가 아닌지 확인하라"고 하는 등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나토, 터키-러시아 밀착에 진퇴양난…미국-터키 관계도 살얼음판
나토를 위태롭게 만드는 핵심 사안은 터키의 러시아제 미사일 방어체계인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터키에 있는 S-400을 이용해 스파이 활동을 하거나 스텔스 전투기 활동을 포착하는 등 나토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터키 당국은 S-400이 나토 동맹국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미국 또는 나토가 파견한 전문가들에게 감독받겠다고 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

나토 터키 대표단의 아흐메 베라트 콘카르 부위원장은 "터키 안보이익이 주요 이슈로 여겨지지 않으면 나토 동맹에 새로운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지역에서 이미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으며, 리비아에서도 러시아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나토 회원국 간 유대를 느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방위비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미국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나토는 냉전 시절 소련과 동맹국이 형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항하기 위해 1949년 출범했으며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나토, 터키-러시아 밀착에 진퇴양난…미국-터키 관계도 살얼음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