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자영업자·개인 기부 늘면 온도탑 100도 갈 것"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인근 사랑의열매 회관에선 특별한 증정식이 열렸다. 사회적 기업 ‘인스케어코어’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3만 번째 ‘착한가게’로 가입해 기념 현판을 받았다. 착한가게는 중소기업, 학원, 마트 등 자영업자들이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는 정기 기부 프로그램이다. 2005년 10개로 시작해 올해 3만 개를 돌파했다. 예종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66·사진)은 “기부는 부자들만의 나눔 활동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기부에 동참하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의 상징인 ‘사랑의 온도탑’은 24일 현재 46.4도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작한 ‘희망2020 나눔캠페인’의 목표는 내년 1월 31일까지 4257억원을 모금하는 것.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온도가 1도씩 올라간다. 목표를 달성하면 온도탑은 100도를 가리키게 된다.

예년에 비해 모금 속도(온도 상승)가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 예 회장은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모금에 어려움이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한양대 경영대학장을 지낸 예 회장은 아름다운재단 이사장과 대한적십자사 총재특별보좌역을 맡는 등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오랫동안 공헌해왔다. 평상시 소액이라도 기부하고,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기부의 생활화’가 그의 기부 철학이다. ‘김밥 할머니의 쾌척’처럼 기부를 특별한 이벤트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예 회장은 “개인 기부가 보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기업 기부 비중이 여전히 높다. 그는 “미국은 전체 기부금의 약 85%가 개인 기부”라며 “직장인들이 소액의 기부금을 자동 이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사랑의열매는 내년 주요 목표로 기부의 중요성을 조기 교육하는 ‘나눔교육 활성화’를 내세웠다. 예 회장은 “나눔은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말처럼 기부 문화를 보고 자란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 회장은 지난 10월 첫 웹소설 《망국의 요정, 명월관》(총 29화·완결)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구한말 조선 왕실의 연회 책임자이자 명월관을 경영한 안순환이 주인공이다. 음식문화평론가로 이름을 알린 그가 근현대사와 음식문화를 접목한 소설을 선보인 것이다. 그는 “종이책이 아닌 웹소설이라는 젊은 장르에 도전해 역사와 음식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