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따라 엇갈린 판결 나오는데
고용부 새 지침 강행 '논란'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새로운 파견 판단 지침을 내놓기로 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불법파견 판정과 시정명령이 늘고 있는 데다 법원의 판단도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새 지침 발표 소식에 “아예 파견 직원을 쓰지 말란 말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고용부 지침은 현장에서는 곧 법이나 다름없다”며 “위반하면 과태료 처분 외에 형사 고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법리를 다퉈볼 엄두도 못 내고 고용부 지적 내용을 이행하기에 바쁘다”고 토로했다.

고용부는 이번 지침 개정이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의 판단은 상당수 사내하도급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불법파견 판단 영역이 제조업 직접공정에 한정됐지만 최근 들어 대형마트, 고속도로 요금수납원 등 서비스 업종으로 넓어졌다. 완성차를 탁송하는 업무나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는 지게차 수리 등 간접공정까지 불법파견으로 보는 판례도 나왔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점도 산업현장의 혼란이 커지는 이유다. 최근엔 생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작업 정보를 전달한 것조차 ‘업무상 지시·명령이므로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철강기업 등 주요 제조업 사업장은 대부분 MES를 공정관리에 활용한다. 하지만 법원은 최근 철강업체의 MES와 관련해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지난 2월 포스코에 대해 적법으로, 9월 현대제철에 대해서는 불법으로 판정했다.

불법파견 판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는 것은 정부와 법원이 산업현장의 광범위한 아웃소싱이나 협력생산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선진국에선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 간에 분업과 협업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는 단순히 정규직·비정규직의 프레임에 맞춰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고 있다”며 “고용부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지침을 새로 내놓으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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