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기획재정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작년 6·13 지방선거 때 청와대의 도움을 받아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공약인 ‘산재모(母)병원’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미리 인지했는지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한 자료를 들고 기재부를 나서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수립과 이행 과정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송 시장은 청와대의 도움으로 경쟁 후보였던 자유한국당 김기현 당시 시장을 제치고 당선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선거 보름 앞두고 경쟁 후보 공약 폐기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운)는 20일 오전 9시30분께부터 정부세종청사 내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KDI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관련 업무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의 목적은 송 시장이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청와대 등의 도움으로 산업재해 모(母)병원 건립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선거에서 송 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한국당 후보였던 김 전 시장은 산재에 특화된 모병원 설립을 들고나왔다. 김 전 시장의 산재 모병원은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예타 불합격 통보를 받으며 백지화됐다. 김 전 시장과 한국당이 예타와 관련해 정권 차원의 방해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반면 송 시장의 공공병원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올해 1월 예타 면제사업으로 선정됐다.검찰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을 통해 송 시장 측과 청와대가 2017년 가을부터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한 논의를 수차례 주고받은 단서를 확보하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울산시장 선거캠프가 꾸려지기 전인 2017년 10월 ‘청와대 관계자와 산재 모병원은 좌초되는 게 좋고 (송철호 시장의 공약이었던) 공공병원 검토 필요성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은 지난해 1월 15일 울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송 부시장은 출마 선언 이후 두 달여가 지난 3월 말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과 한 회의 결과라면서 ‘(공공병원) 총사업비가 2000억원이며 기재부 반대에 대비해 울산시 부담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업무수첩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송 부시장 네 번째 소환 조사검찰은 병원 설립과 관련한 예타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기재부 관계자가 송 시장에게 모종의 도움을 줬는지, 줬다면 어떤 의도였는지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압수수색을 당한 기재부는 정치적인 고려를 강하게 부인했다.기재부 관계자는 “울산에 대형 병원이 많이 있어 (산재 모병원의) 추가 편익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며 “정치 일정을 감안하지 않고 KDI에서 결과를 받은 뒤 바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시장의 공공병원과 김 전 시장의 산재 모병원이 비슷한 사업인데도 8개월 만에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업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당시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 7개가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는데,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검찰은 이날 송 부시장을 울산지검 조사실로 불러 네 번째 소환 조사를 했다.박종서/이태훈 기자 cosmos@hankyung.com
자유한국당이 20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여권 인사를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 전 실장 등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여당 내 경쟁 후보를 매수하는 등 ‘선거 공작’을 벌였다는 게 한국당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일단 유보하기로 해 초유의 ‘여당발(發) 특검’이 당장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한국당 “청와대가 부정선거 획책”한국당 ‘친문(친문재인) 국정 농단 진상조사 특위’ 총괄본부장인 곽상도 의원 등은 이날 임 전 실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국·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8명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한국당은 청와대가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당내 후보 선출 절차를 생략하고 송 시장이 단독 공천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심규명 변호사 등도 울산시장 공천을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심사 등에서 송 후보와 다른 후보 간 현격한 차이가 났다”며 송 시장을 단수 공천했다.임 전 최고위원은 경선을 포기하는 대가로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부터 공직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전 수석이 ‘울산에선 어차피 이기기 어렵다’며 경선 불출마와 함께 다른 자리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임 전 최고위원이 이 자리에서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가고 싶다”고 하자 한 전 수석은 고베 총영사 자리를 역제안했다고 한다. 특위 소속 주광덕 의원은 “임 전 실장과 이 전 수석은 심 변호사에게도 경선 포기를 회유했다”고 말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내년 총선에서도) 3·15 부정선거보다 (심한) 4·15 부정선거를 획책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김기현 “청와대가 선거 공약 좌초”김 전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장 재직 당시 추진했던 산업재해 모(母)병원 건립 사업을 청와대가 일부러 좌초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 부시장의 업무 수첩을 보면 산재 모병원을 좌초시키는 게 좋다는 내부 전략을 (송 시장 측이) 세운 것으로 돼 있다”며 “이에 따라 지방선거 직전인 작년 5월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시켰다”고 했다.작년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유치를, 김 전 시장은 산재에 특화한 모병원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각각 내세웠다. 청와대가 김 전 시장의 공약을 좌초시켜 송 시장에게 유리한 선거 판세를 만들어줬다는 게 김 전 시장 주장이다. 그는 송 시장의 단수 공천과 관련해선 “민주당의 지역 기반이 없던 시절부터 뛰던 임 전 최고위원이 경선을 못 치르고 배제된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한발 물러선 민주당 “檢 수사 지켜볼 것”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검토해온 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땐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검을 통해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캐고 있는 검찰을 압박하려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검찰의 공정하고 원칙적인 수사가 있길 다시 촉구한다”며 “(특검 추진 결정) 보류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준비는 하지만 검찰 수사를 한번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설훈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위 위원장은 “‘울산 사건’에 대해 특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민주당의 ‘보류’ 결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검찰 수사를 가로막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999년 특검법 도입 이후 여당이 특검을 추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총선 선거 기간이 다가오는데 특검법 국회 통과가 실질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수립과 이행 과정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려고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송 시장은 청와대의 도움으로 경쟁 후보였던 자유한국당 김기현 당시 시장을 제치고 당선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거 보름 앞두고 경쟁 후보 공약 폐기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운)은 20일 오전 9시30분께부터 정부세종청사 내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관련 업무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의 목적은 송 시장이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청와대 등의 도움으로 산업재해 모(母)병원 건립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거에서 송 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시장은 산재에 특화된 모병원 설립을 들고 나왔다. 김 전 시장의 산재모병원은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예타 불합격 통보를 받으며 백지화됐다. 김 전 시장과 한국당에서 예타와 관련해 정권 차원의 방해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반면 송 시장의 공공병원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올해 1월 예타 면제사업으로 선정됐다. 검찰은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을 통해 송 시장 측과 청와대가 2017년 가을부터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한 논의를 수 차례 주고받은 단서를 확보하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울산시장 선거캠프가 꾸려지기 전인 2017년 10월 청와대 관계자와 ‘산재 모병원은 좌초되는 게 좋고 (송철호 시장의 공약이었던) 공공병원 검토 필요성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은 지난해 1월 15일 울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송 부시장은 출마 선언 이후 두 달여가 지난 3월말에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정책조정비서관)과 한 회의 결과라면서 ‘(공공병원) 총사업비가 2000억원이며 기재부 반대에 대비해 울산비 부담액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업무수첩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 네 번째 소환 조사검찰은 병원 설립과 관련한 예타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기재부 관계자들이 송 시장에게 모종의 도움을 줬는지, 줬다면 어떤 의도에서 였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압수수색을 당한 기재부는 정치적인 고려를 강하게 부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울산에 대형 병원이 많이 있어서 (산재 모병원의) 추가 편익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며 “정치 일정을 감안하지 않고 KDI에서 결과를 받은 뒤 바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시장의 공공병원이나 김 전 시장의 산재 모병원이 유사한 사업인데도 8개월 만에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업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다만 당시에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 7개가 (예타면제 사업으로)선정됐는데, 이런 맥락에서 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송 부시장을 울산지검 조사실로 불러 네 번째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박종서/이태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