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판업무 신뢰 무너뜨리고 공정성 훼손…사안 중대"
유해용 "수사의 문제점 봤다…피의사실 공표, 공정한 재판 근간 흔들어"
'사법농단 관련 사건' 첫 결심…검찰, 유해용 징역 1년6월 구형(종합)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 가운데 처음으로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1심 심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전 수석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청와대 등 제삼자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소송에 대한 내용을 외부에 누설해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재판업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사안이 중대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중요한 증거를 수차례에 걸쳐 삭제·파기했고, 범행을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수석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휘하 연구관에게 특정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임 전 차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에 개입한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소송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본다.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고서를 퇴임 후 개인적으로 가져 나가고,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에 수임한 혐의도 있다.

'대법문건 무단반출' 유해용 영장심사…"법정서 모두 말할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반면 유 전 수석 측은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검찰의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변론 종결에 앞서 진행된 피고인신문에서도 유 전 수석은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등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숱한 위법이 행해졌다고 주장했다.

검찰 공소사실대로 임 전 차장과 공모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고, 자신의 행동에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유 전 수석이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을 부각시키며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수석은 최후진술에서 "어느 책에서 '인생 최대의 비극은 관점의 차이'라고 적힌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수사 때부터 지금까지 검사와 피고인 사이에 서로 불신의 깊은 간격이 놓인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수사과정에서 고치고 바로잡아야 할 많은 문제점을 봤다"며 "가장 심각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여론몰이로, 이는 공정한 재판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 보도로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 찍히면서 벼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고, 극단적 선택으로 결백을 증명하고 싶은 충동에도 휩싸였다"고 토로했다.

유 전 수석은 "암흑 같은 절망에도 저를 믿어주는 가족과 지인들이 버팀목이 됐다"며 "또 오랜 기간 판사였고 한때는 재판연구관을 대표하는 얼굴이었기에 쉽게 무릎 꿇을 수 없다는 자부심과 소명의식, 재판에서 결국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혐의사실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고, 결백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만약 재판부가 뜻밖에도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지난날 허물에 대한 인과응보로 받아들이겠다"고 말을 맺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3일 오전 유 전 수석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유 전 수석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의혹으로 지난 3월 추가 기소된 10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한 명이다.

유 전 수석에 이어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재판 역시 이달 중에 결심 공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1심 재판은 여전히 핵심 증인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 중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기피신청으로 인해 지난 6월 이후 재판이 멈춰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