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의장 등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 앞두고 주목
법원 "삼성, 그룹 차원서 노조 무력화"…'조직적 범행' 인정
삼성그룹의 노조 방해 의혹에 대해 법원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이라는 첫 판단을 내놓았다.

이런 판단은 '삼성의 2인자'로 꼽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 등이 기소된 사건 선고를 나흘 앞두고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3일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의 선고 공판에서 이런 판단을 내놓으며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강 부사장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마련한 '노사 전략'을 토대로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 에버랜드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간 강 부사장 등 삼성 임직원들은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삼성의 '비노조 경영'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에 따른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들은 복수노조가 도입되던 초기에 혼란을 우려해 내부 논의 문건 등에 일부 과격한 표현을 넣었을 뿐이며, 이런 논의 문건이 미전실을 넘어 각 계열사에 지시되거나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삼성의 노사전략 문건은 단순히 참고 자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구속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삼성은 이 전략을 토대로 그룹 차원에서 노조 무력화를 통한 비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또 미전실에 대해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효율적 지휘를 보좌하는 기관"이라며 "비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노사관계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그룹 내 노사전략을 전방위로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미전실에서 작성한 '노사 전략' 문건 내용에 따라 계열사에서 전략을 수립·실행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 구도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법원 "삼성, 그룹 차원서 노조 무력화"…'조직적 범행' 인정
이런 판단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가 진행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 선고 공판에서도 일정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은 2013년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그룹 차원에서 노조 와해 전략을 수립해 실행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협력사를 폐업하도록 지원하거나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게 건네는 등 구체적인 사건의 양상은 다소 다르다.

그러나 미전실에서 작성한 전략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 순으로 이어진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됐다는 '구도'는 사실상 동일하다.

노조에 대응하기 위한 '상황실'을 자회사에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혐의사실의 형태에도 비슷한 면이 있다.

특히 이 사건에는 강경훈 부사장만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주요 임직원들이 여럿 피고인 명단에 올라 있다.

이상훈 의장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에 재직하며 노조 와해 작업의 의사결정을 하는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징역 4년을 구형받은 상태다.

이 밖에도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이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노조대응 전략 수립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조사된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에게도 징역 4년이 구형됐다.

이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도 검찰은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로 이어져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 조직적 범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