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맨' 등 2천여명 영결식 참석해 추모…충남 태안 선영에 안장
'세계 경영 기치' 이젠 하늘로…김우중 전 회장 영면
지난 9일 별세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1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대강당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은 고인의 '소박한 장례' 뜻에 따라 300여석 규모의 강당에 영정과 꽃장식만 해 놓았고, 유족과 친인척, 전직 대우 임직원만 식장에 참석했다.

이른 아침부터 몰린 조문객 2천여명은 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채 복도에 설치된 중계 영상을 보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참석자들의 묵념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김 전 회장의 생전 육성을 모은 '언(言)과 어(語)' 영상을 30여 분간 상영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영상은 김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통해 대우 그룹의 발전상과 업적을 소개하고, 김 전 회장의 가치관인 '세계 경영'을 재조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세계 경영 기치' 이젠 하늘로…김우중 전 회장 영면
김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 중 "대우의 사훈인 '창조', '도전', '희생' 이 세 가지에는 우리의 진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는 세계로 나갔고, 시도해보지 못한 해외 진출을 우리가 처음으로 해냈습니다"라는 육성이 나가자 참석자 일부는 그 시절을 회상하듯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영상이 끝난 뒤 ㈜대우 마지막 사장이었던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이 조사(弔詞)를, 손병두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추도사를 이어갔다.

장 회장은 "회장님은 35만의 대우 가족과 전 국민이 기억하고 인생의 좌표로 삼기에 충분했고, 회장님의 성취가 국민적 자신감으로 이어져 있다"며 "위기를 맞은 뒤에도 명예회복 대신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데 여생을 바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길을 찾고자 하셨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 전 회장을 가까이서 보필했던 손 전 상근부회장은 "회장님은 우리들의 우상이자 젊은이들에게 신화 같은 존재가 되기에 충분했다"며 "한국이라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찬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장례절차에 따라 천주교식 종교행사가 진행됐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대우 가족의 노래'를 부르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세계 경영 기치' 이젠 하늘로…김우중 전 회장 영면
마지막으론 유족을 대표해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이 나와 추모사를 했다.

김 부회장은 "항상 바쁘시고 자주 옆에 계시진 않았지만 늘 자랑스러운 아버지셨다"며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며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에는 김 전 회장의 손자가 영정을 들고 대기 중인 운구 차량으로 이동했다.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등이 차례로 영정 뒤를 따랐다.

이어 운구 차량은 아주대학교 본관을 한 바퀴 돌며 고인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이번 장례가 치러진 아주대는 김 전 회장이 1977년 대우실업 사장이었을 당시 "교육 사업을 통해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사재를 출연해 대우학원을 설립하고 인수한 대학이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장례식장에선 유가족을 중심으로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김 전 회장은 세례명이 바오로인 천주교 신자로 전날 천주교식 입관예절이 치러졌다.

10일부터 전날까지 빈소에는 각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부터 정·재계 주요 인사, 문화·체육인, 김 전 회장이 생전에 주력한 해외 청년사업가 육성 사업(GYBM)에 참여한 청년들까지 8천여명이 다녀갔다고 김 전 회장 측은 전했다.
'세계 경영 기치' 이젠 하늘로…김우중 전 회장 영면
고인은 이날 낮 12시 30분께 아주대병원에서 남서쪽으로 90㎞ 정도 떨어진 충남 태안군 태안읍 인평리 선영에 안장됐다.

인근에는 1982년 조성된 어머니 산소가 있다.

천주교식으로 진행된 안장식에는 유족, 친인척, 전직 대우 임직원, 마을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비통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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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