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모심 위원회' 19일 오후 4시 교내에서 학생 유치 설명회
학생 수 급감에 학교 존립 위기…학부모 일자리 알선 등도 내걸어
함양 서하초교 학생모집 파격 공약…빈집 싸게·전교생 해외연수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학교를 꿈꿉니다.

"
전교생 14명에 불과한 경남 함양 서하초등학교 신귀자 교장이 내년도 학생 모집을 위한 '파격 공약'을 내걸며 한 말이다.

공약은 '아이토피아(아이+유토피아) 과업'이란 이름처럼 혹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1년에 200만원가량만 내면 시골 마을에 비어 있는 집에서 거주할 수 있다.

전교생들은 매년 해외 어학연수와 장학금의 기회를 얻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생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부모에게 일자리를 알선한다.

이 밖에 영어 특성화 교육 추진 등 내용도 포함됐다.

마냥 거창하게만 보이는 이들 공약은 학생 수 감소로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시골 학교와 지역사회의 고육지책이다.

함양 관내에서는 학생 모집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국 각지 학생들을 끌어오려면 색다른 공약이 필요하다는 게 학교 측의 판단이다.

1931년 개교해 역사를 이어온 서하초등학교는 여느 시골 학교처럼 2000년도를 전후해 학생 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감소세를 보이던 학생 수는 2000년 50명 이하로 떨어졌고 점차 악화돼 현재 14명(1학년 3명·3학년 2명·4학년 4명·5학년 1명·6학년 4명)까지 내려갔다.

내년 초 6학년생들이 졸업하게 되면 학생 규모는 더 줄게 될 우려도 있다.

이에 수년간 위기의식을 공유해오던 학교와 지역사회 등이 손을 맞잡기로 했다.

학교와 민·관·기업이 함께 나서 소멸 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고,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를 건설해 활력을 잃은 농촌 마을도 되살리는 게 목표다.

학교는 학생 모집 공약 실현을 위해 당장 내년에 신입생 또는 전입생 측에 제공할 빈집 3채를 확보한 상태다.

해당 집주인들은 학교 취지에 공감해 저렴한 집세에 집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전교생 해외 어학연수와 장학금으로 필요한 기금 1억원도 약정 형태로 확보했다.

약정에는 지역 출신 기업 인사, 총동창회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학부모 대상 일자리의 경우 관내 과수원이나 공공근로 일자리 등을 알선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 학생 모집에 도움이 되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펼치는 각종 인프라 구축 사업을 함양에서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학교를 되살리기 위해 출범시킨 위원회 이름도 학생들을 정성스럽게 모시겠다는 의미에서 '학생 모심 위원회'로 정했다.

학부모, 교육지원청, 이장협의회, 지역 인사, 향우회, 동창회 관계자 등이 속한 위원회는 오는 19일 오후 4시 서하초등학교에서 학생 유치 설명회를 연다.

관심 있는 학부모와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신 교장은 "학교를 살리고 마을을 살리자는 그 마음 하나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똘똘 뭉치기로 했다"며 "19일 열릴 설명회에 많은 분이 참석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