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공지능학과' 만든
이길여 가천대 총장

AI는 공기 중 산소 같은 존재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수 지식'
전교생이 AI 수업 듣게 할 것
국내 첫 인공지능(AI)학과가 내년 1학기 가천대에 개설된다. 석·박사 양성을 위한 AI대학원은 지난 9월 고려대와 성균관대, KAIST에 들어섰지만 학부생 교육을 위한 학과 개설은 가천대가 처음이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4차, 5차 산업혁명이 이어질 미래에 대학이 혁신에 앞장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두고 “공기 중 산소와 같다”고도 했다. 확보하지 못하면 바로 주저앉게 된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로 시작해 병원과 대학을 아우르는 가천길재단을 설립한 이 총장의 이름 곁엔 항상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78년 국내 여의사 최초 의료법인(인천 길병원) 설립, 1991년 국내 최초 병원업무 전산화(닥터 오더링 시스템 도입), 2016년 국내 최초 AI의사 ‘왓슨’ 도입…. ‘혁신여성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 총장으로부터 교육 혁신에 대해 듣기 위해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에 있는 가천대 총장실을 찾았다. 그는 붉은 원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1세기에 인공지능은 공기 중의 산소와 같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1세기에 인공지능은 공기 중의 산소와 같다”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AI는 전공 불문 필수 지식”

이 총장은 “지난 20년간 한국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기술(IT)에 집중 투자한 덕이었다”며 “앞으로 20년은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AI학과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내년 3월에 가천대 AI학과에 입학할 50명의 신입생은 1~2학년 때는 코딩, 수학 등 AI의 기초가 되는 소프트웨어를 중점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3~4학년이 되면 자연어 처리, 기계학습, 딥러닝 등 AI 관련 심화과정을 이수한다. 이 총장은 “AI는 배운 즉시 써먹는 단순한 스킬이 아니다”며 “제대로 된 AI 인재를 기르기 위해선 기본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착실히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천대는 2002년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 단과대를 설립해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엔 소프트웨어학과까지 개설해 소프트웨어 교육의 노하우를 축적해온 만큼 AI 교육에 자신 있다는 게 이 총장의 설명이다.

가천대는 또 내년부터는 AI 강의를 대폭 확충해 전교생의 AI 교양과목 이수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 총장은 “AI는 전공을 불문하고 현대 산업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지식으로 자리잡았다”며 “모든 학과 학생들이 AI를 배워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교수 충원이 가장 큰 과제

이 총장은 “학과 간 정원 조정, 전공 교수 충원 등 AI학과 설립에 난관도 많았다”고 전했다. 성남과 인천에 캠퍼스를 둔 가천대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를 받기 때문에 정원을 자유롭게 늘릴 수 없다. 학과 신설을 위해선 다른 전공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 가천대는 50명 정원의 AI학과를 만들기 위해 기존 소프트웨어학과 정원 150명을 100명으로 줄였다. 이 총장은 “정원 조정은 학과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어 쉽지 않았지만 ‘대학과 학생만을 생각하자’는 말로 동의를 이끌어 냈다”고 했다.

국내 다른 대학들이 AI학과 설립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AI를 전문적으로 가르칠 교수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까지 고액 연봉을 유인으로 AI 전문가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 총장 역시 “AI 전문 교수가 사실상 고갈 상태”라고 했다. 그는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5명을 재교육해 AI학과로 전환 배치하고 전문성을 갖춘 5명 내외의 교수를 추가로 초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자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이 총장은 ‘N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에게 “끝까지 꿈을 잃지 말고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나의 성공만 바라보지만 그 과정에 훨씬 많은 실패가 있었다”며 “얼마나 아픔을 견디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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