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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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도우미 강간미수, 기소유예 가능한가요?” “텐XX 직원이 성추행으로 고소했습니다.”

가수 김건모 씨가 2016년 유흥업소 접대부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9일 고소된 것을 계기로 유흥업소 종사자와 성관계를 맺었는데 강간죄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느냐는 법률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강간죄도 인정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례를 만든 건 2005년 김영란 전 대법관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온라인 법률 상담 사이트와 개인 변호사 블로그 등에는 김씨와 마찬가지로 노래방 도우미, 룸살롱 접대부 등 유흥업 종사자들로부터 강제추행, 성폭력 등 혐의로 고소당한 상담 사례가 수십 건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 B씨는 “노래방에서 도우미 여성과 술마시며 대화하다 성관계를 시도했는데, 그 후에 여성이 강간으로 신고했다”며 “강제성이 없었는데 억울하다”는 글을 올렸다. C씨는 “업소 여성과 모텔로 이동해 스킨십을 하던 도중 여성이 거부하고 나가 강간미수로 고소당했다”며 “당황해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낸 것을 증거로 삼아 고소당했다”고 주장했다.

상담 사례 대부분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유흥업소 직원들이 사건 발생 당시가 아니라 사후적으로 신고를 하고, 가해자 측은 강제성 없는 관계였다며 대치하는 모양새다. 아이돌 가수 출신 연예인 박유천 씨도 2016년 유흥업소 종사자 4명을 업소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박씨를 고소한 여성들은 무고죄로 기소돼 일부는 무죄, 일부는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피해 여성의 진술이 일관될 경우 다른 증거가 없어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흥업소 직원에 대한 성폭력 사건에서 본격적으로 유죄가 선고되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다. 그전까진 소위 ‘직업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 여성 진술의 신빙성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금전적 대가를 바랐거나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판단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노래방 도우미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사건의 주심을 맡은 김영란 당시 대법관은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2심을 뒤집고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당시)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 협박 등 강제성이 없었다고 봐선 안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한편 김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A씨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강용석 변호사는 “피해자가 룸살롱 접대부였다고 하더라도 처음 만난 피해자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를 했다면 강간죄가 성립한다”며 “(김씨는) 강간 후 피해자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던 것이 증거”라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