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구하라의 빈소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곳은 팬들을 위한 빈소로 가족과 지인을 위한 빈소는 다른 병원에 마련됐다/사진=연합뉴스
가수 구하라의 빈소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곳은 팬들을 위한 빈소로 가족과 지인을 위한 빈소는 다른 병원에 마련됐다/사진=연합뉴스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고(故) 구하라를 두고 아주대학교의 A교수가 학생들에게 "멘탈 갑이 안 되면 구하라가 되는 거야", "야한 동영상 찍었다고 누구 좋으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냐" 등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법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파문이 예상된다.

9일 아주대학교 여성연대 소모임 위아(W.I.A)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달 27일 교내 인문대학 수업 도중 최근 비보가 전해진 고 구하라 씨를 거론했다. A교수는 "멘탈 갑이 안 되면 구하라 되는거야"라면서 "욕을 하는 인간들은 다 열등감 덩어리야. 열등감 X덩어리들인데 그런 애들 때문에 자살하냐?"라며 고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이 악성 댓글을 견디지 못한 그녀의 나약한 정신상태 탓인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고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의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출 협박을 두고서 A교수는 " OO(남자 학생)이가 실수로 고등학교 때 동영상을 찍었는데 약간 야한 동영상을 찍었다고 쳐. 그걸 다 다른 사람들이 봤어. OO이 죽을 필요가 뭐 있냐?"라며 "나 같으면 이럴 것 같아. '어때? 보니깐 어때? 내 몸 어때?(웃음)' 나 같으면 그러겠어 진짜. 그러한 멘탈 갑을 가져라 이거야. 아니 누가 내 추한 모습을 봤다고 해서 내가 극단적 선택을 할 필요가 뭐 있어"라고 주장했다.
W.I.A 대자보 전문/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W.I.A 대자보 전문/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소모임 위아는 '故 구하라의 죽음, 그리고 여성의 피해는 사적인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SNS를 비롯해 교정에 부착했다. 대자보에서 위아는 "불특정 다수에게 성적 대상화 되는 경험을 한 고인의 문제를 '개인의 나약한 정신력 문제'로 치부한 것이 큰 문제"라면서 "이는 사회 문제인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교수는 여성에 대한 사회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맥락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태를 단순히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멘탈이 약해서’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라며 " 이번 교수의 발언과 관련해 전 교직원에게 성교육을 확대하고 더불어 학생에게도 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아는 대자보 부착 외에도 아주대 인권센터에 이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학교측은 해당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들이 익명을 요구하고 있고, 사건 발생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았기에 A교수의 발언에 대해 명확한 진상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아주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한 A교수의 발언 전문

"멘탈 갑이 안 되면 구하라 되는 거야. 진짜로. 사람들이 욕을 왜 할까요? 그렇죠. 욕을 하는 인간들은 다 열등감 덩어리야. 열등감 X덩어리들인데 그런 애들 때문에 자살하냐? 그럴 필요가 없죠. 멘탈이 강해져야 돼. 알겠어요?"

"나는 구하라 나를 만났으면 걔 절대 안 죽었을 것 같아. 내가 걔를 좀 막 바꿨을 것 같아. 걔 너무 약한 거야. 너무 남을 의식한 거잖아.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뭔 상관이야 그게. OO(남자 학생)이가 실수로 고등학교 때 동영상을 찍었는데 약간 야한 동영상을 찍었다고 쳐. 그걸 다 다른 사람들이 봤어. OO이 죽을 필요가 뭐 있냐? 나 같으면 이럴 것 같아. '어때? 보니깐 어때? 내 몸 어때?(웃음)' 나 같으면 그러겠어 진짜. 그러한 멘탈 갑을 가져라 이거야. 아니 누가 내 추한 모습을 봤다고 해서 내가 극단적 선택을 할 필요가 뭐 있어. 누구 좋으라고. 그렇지?"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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