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왁자지껄
 맘카페 '식빵교환'으로 각광받는 뚜레쥬르 우유식빵. 뚜레쥬르 제공.

맘카페 '식빵교환'으로 각광받는 뚜레쥬르 우유식빵. 뚜레쥬르 제공.

“아기 점퍼랑 파리바게뜨 우유식빵 한 봉지 교환 원해요. 몇 번 못 입었는데 아이가 커서 작아졌네요. oo동이고 오실 수 있는 분 연락주세요.”

주부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인 지역 맘카페에서 ‘식빵교환’을 했다. 아이가 입던 점퍼를 중고 물품으로 내놓으면서 돈을 받는 대신 식빵 한 봉지와 맞바꾸자고 했다. 점퍼 판매가는 수 만원대. 반면 파리바게뜨 우유식빵은 한 봉지에 2600원이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식빵교환이 유행하고 있다.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 돈을 받지 않고 식빵 1~2봉지와 교환하는 것이다. 식빵의 가격을 봤을 때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중고거래 자체가 쉽지 않고 먹는 음식도 제한적인 엄마들의 고충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가 물건도 바꿔...‘밤식빵’, ‘초코식빵’ 종류도 다양

주요 포털의 온라인 카페에서는 각종 물품과 식빵교환을 원하는 게시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거래글 중 식빵교환을 검색하자 약 3만4000건의 게시글이 나왔다.

식빵과 교환되는 상품들은 다양하다. 아기 일회용 젖병 세트나 그림책,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등 간단한 물품들이 주된 교환 대상이다. 하지만 아동용 미끄럼틀과 오븐 등 중고라는 걸 감안해도 식빵과 바꾸기에는 고가인 물건들도 많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아이가 어린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거나, 여유롭게 식사하기 쉽지 않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아이가 어린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거나, 여유롭게 식사하기 쉽지 않다.

지난달에는 한 지역 맘카페에 ‘유아용 자전거와 밤식빵 한 봉지를 교환하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아이가 네 발 자전거를 탈 만큼 컸다”며 “밤식빵 한 봉지 가지고 오시라”고 썼다.

각자 좋아하는 브랜드나 종류의 식빵을 지정하기도 한다. 보통은 ‘파리바게뜨 우유식빵’이지만 같은 브랜드의 ‘밤식빵’ ‘초코식빵’ 등을 가져오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뚜레주르의 우유식빵, 제과점 롤링핀의 밤식빵 등 선호하는 브랜드의 특정 식빵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래도 가격은 대부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물건 나눔에 성의표시...“노쇼 방지도”

식빵교환은 물물교환보다는 성의 표시에 가깝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쓰던 물건을 돈을 받기는 뭣하고 공짜로 나누고 싶을 때 성의 표시로 식빵을 받는 유행이 굳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빵교환의 ‘유래’에 대해서는 크게 두가지 설(說)이 존재한다. 우선 아이가 어린 엄마들이 중고거래를 할 때 근거리 거래를 선호하는 특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맘카페에 올라온 식빵교환 글에도 “물건을 가지러 집으로 와 달라”는 내용이 많다. 아이를 데리고 택배를 보내러 가는 게 쉽지 않아서다.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식빵교환' 게시글. 네이버 캡쳐.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식빵교환' 게시글. 네이버 캡쳐.

무료 나눔이 성사돼 집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감사 표시로 빵 한봉지 사가던 게 굳어져 식빵교환 자체가 ‘직접 와서 물건을 받아가라’는 암묵적인 뜻이 됐다는 의견이다. 마포에서 네살짜리 딸을 키우는 주 모씨(30)는 “남편 없이 아이들과 집에 있을 때 초인종이 울리면 낮이라도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인터폰을 통해 식빵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맘카페에서 만난 거래 상대방인걸 확인하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노쇼 방지설’도 유력한 견해다. 쓰던 물건을 그냥 주면 약속을 하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도 많이 발생한다. 4년째 맘카페에서 중고 물품을 판매하거나 나누고 있다는 A씨는 “무료로 물건을 드린다고 쓰면 무작정 받겠다고 댓글을 달았다가 지역이 멀다는 등의 이유로 당일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무료로 받은 물건을 다시 파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라며 “식빵 한 봉지라도 가져오라고 하면 이런 사람들이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커피 못먹고 끼니 대충 떼우는 엄마들 식빵 선호

그렇다면 왜 식빵일까. 성의 표시라면 커피 한 잔이나 케이크, 아동용 과자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맘카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쓰던 물건을 나눌 때는 스타벅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의 기프티콘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맘카페에서 활동하는 엄마들 중에는 모유 수유 중이라 커피를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1살 아이를 키우는 이모씨(27)는 “커피를 먹으면 모유에 카페인이 포함될 수 있고, 모유량도 줄어들 수 있어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 다수는 커피를 먹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식빵은 커피만큼 부담이 적고 사기 쉬우며 가격대도 비슷한 먹거리”라고 덧붙였다.

육아에 바쁜 엄마들에게는 식빵이 유용하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아이를 출산한 김모씨(27)는 “육아에 치이다 보면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어 빵으로 대충 끼니를 떼울 때가 많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잘 먹는 식빵은 아이보다 오히려 엄마들에게 더 필요한 음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