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PD수첩' 검찰기자단 예고 영상 캡처
/사진=MBC 'PD수첩' 검찰기자단 예고 영상 캡처
'PD수첩'이 검찰 비위 뿐 아니라 검찰 출입기자들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출입기자단이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5일 대법원 법조 출입기자단은 성명서를 통해 "(MBC 'PD수첩' 방송은) 법조기자의 취재 현실과는 거리가 먼 왜곡과 오류투성이"라며 "땀내 나는 외곽취재의 결실도 최종 검찰 확인단계를 거치고 나면, 검언(檢言)간 음습한 피의사실 거래로 둔갑시킨 확증편향의 오류로 법조기자단의 취재행위를 폄훼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얼굴을 가리고, 음성을 변조하는 것도 모자라, 가명에 대역 재연까지 써가며 현직 검사와 법조기자를 자칭하고 나선 인물들 인터뷰 내용의 허구성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라며 "기자 앞에 조서를 놓아둔 채 수사 검사가 통화를 핑계로 자리를 비켜줬다는 건 현재 법조계를 출입하는 기자는 물론, 과거 법조를 거쳐 간 선배들로부터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라고 'PD수첩' 방송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PD수첩'은 출처와 진위도 의심스러운 일부 인터뷰 내용으로 전체 법조기자단을 브로커 등 범죄 집단처럼 묘사해 특정 직업군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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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방송은 지난 3일 '검찰기자단'이란 부제로 선보여졌다. 방송을 통해 'PD수첩'은 일부 검사들과 기자들이 서로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정보를 주고 받는 공생 관계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입 기자들과 현직 검사들이 폐쇄적으로 기자단을 운영하면서 '검은 공생'을 하고 있다는 것.

성명서 발표 이후 'PD수첩' 진행을 맡은 한학수 PD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땀내 나는 외곽 취재’를 통해 좋은 특종기사를 쓰신 법조기자들도 있다. 'PD수첩'은 그런 기사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단독과 속보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검찰이 제공하는 ‘선택된 정보’ 속에 검찰 기자단이 갇혀있는 현실과 구조를 지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자단이 음성변조와 가명과 대역 재연 등을 지적한 것에 대해 "이 문구를 보면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공익적인 취재원이 익명을 요구할 때, 언론인은 취재원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많은 탐사보도들에서 음성을 변조하고 가명과 대역재연을 하는 이유다. 'PD수첩'은 출연한 현직 검사와 기자들의 취재원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와 대역재연을 했고, 원본 음성파일과 인터뷰 녹취록은 팀내에서 거의 영구적으로 보관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자단이 지적한 취재 관행에 대해서도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직접 겪은 내용을 확인하고 보도한 것"이라며 "그 외에 세세한 내용들은 'PD수첩' 방송을 보신 국민들이 냉정하게 판단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MBC 'PD수첩' 검찰기자단 예고 영상 캡처
/사진=MBC 'PD수첩' 검찰기자단 예고 영상 캡처
출입기자단에 앞서 대검찰청이 "검찰 및 출입기자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인 보도"라고 칭한 것에 대해서는 " 대검찰청이 왜 자신의 문제가 아닌 검찰 출입기자단의 명예까지 염려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PD수첩' 방송내용이) 무엇보다, 이 방송이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수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보여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중요수사가 한둘이 아닐 텐데 어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 더군다나 거기에 영향을 주기위한 제작진의 의도를 어떻게 명백히 읽어낼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송에 출연해 "검찰들도 어느 언론사에 말해야 대중들이 효과적으로 반응할지 안다"면서 출입기자들의 간을 보고 정보를 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전 한겨레 신문 출신 허재현 기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기자실 폐쇄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렸다"는 글을 게재했다.

허재현 기자는 "검찰 기자실이 국민 누구나 이용가능한 '수사 브리핑실'로 전면 전환 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며 "그 씨앗은 법조 기자들 스스로 뿌린 것이니 'PD수첩'이나 저같은 기자를 탓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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