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불법포획 확인中 압수물 돌려줘…警 "수사지속 여지 있었기에 규정위반"
檢 "불법입증 안 되면 돌려줘야" 반박…檢警 각각 자신들에 유리한 규정 제시
[팩트체크] 유전자 확인전 고래고기 돌려준 檢, 압수규정 어겼나?
경찰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가 '청와대 하명수사'였다는 의혹의 제기된 가운데, 이른바 '고래고기 사건'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작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이 김 전 시장 측을 사찰하기 위해 울산에 내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 측이 지난달 29일 그것을 부인하면서 고래고기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 때문에 특감반이 울산에 간 것이란 설명을 한 게 계기였다.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울산경찰이 밍크고래 불법 포획사건을 수사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 중 21t을 울산지검이 불기소처분과 함께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주면서 시작됐다.

6t은 불법 포획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기소하면서 나머지 미기소분은 돌려준 것이다.

당시 경찰은 적법한 포획이었는지를 판별하기 위해 압수한 고래고기에서 DNA(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검사를 의뢰한 상태였다.

고래연구센터는 이 샘플과 자신들이 보유한, 적법 포획된 고래의 DNA 샘플을 비교해 불법포획 여부를 판단했다.

하나하나 정밀 대조해야 해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불법 여부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유통업자에게 고래고기를 돌려주는 결정을 내렸다.

그로 인해 부실수사 의혹이 일었다.

유통업자 측 변호인이 과거 울산지검에서 고래 불법 포획사건을 다루던 검사 출신이라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전관 예우' 지적도 제기됐다.

그해 12월 고래연구센터가 유전자 검사결과 "모두 불법으로 포획한 고래로 추정된다"고 결론냈지만, 이미 유통업자는 돌려받은 고래고기를 전량 시중에 판매한 상황이었다.

이례적인 검찰의 압수물 환부 조치를 두고 비난이 거셌다.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이듬해 9월 '불법 포획을 엄단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봐주기 수사를 했다'며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이 곧바로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유통업자 중 1명을 구속하고, 유통업자 측 변호인과 담당 검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사안은 경찰과 검찰의 갈등으로 비화했다.

[팩트체크] 유전자 확인전 고래고기 돌려준 檢, 압수규정 어겼나?
사건 발생 3년이 더 지난 지금 이 사건이 재조명받으면서 과연 검사의 고래고기 환부 결정이 타당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새삼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고래연구센터에 의뢰한 DNA 검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검찰이 서둘러 불기소처분을 내리고 압수물을 돌려준 조치의 적법성 문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적법성 여부를 칼로 무 자르듯 판단키는 어려워 보인다.

검경 양측 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검찰압수물사무규칙'은 우선 불기소처분이 내려지면 수사기관은 압수물을 당사자에게 돌려주도록 한다.

다만 불기소처분된 사건이라도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사건의 압수물은 공소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계속 보관하도록 한다.

압수된 고래고기 일부가 불법포획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불기소처분을 했더라도 추후 유전자 검사로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면 계속 압수·보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일견 해석된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검찰의 압수물 환부조치가 위법하다고 지적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래 불법포획 사건에서는 고래연구센터의 DNA 검사를 기다렸다가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과정"이라며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압수물을 돌려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검찰은 사무규칙의 다른 조항을 거론한다.

'검사는 사건처리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압수물은 공소시효 완성 전이라도 처분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또 불필요한 압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검찰 압수 및 압수물 처리지침'도 근거로 댄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고래연구센터가 확보한 고래고기 DNA는 시장에서 적법하게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63.2%에 불과하기 때문에 '압수한 고래고기 DNA가 합법으로 포획된 고래고기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도 불법포획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불법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원칙대로 압수물을 제출인에게 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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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