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상담소가 자살률 낮추는 데 기여"
“정신적으로 힘든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사람을 낙인찍어서는 안 됩니다.”

아네트 얼랜슨 덴마크 국립자살예방연구소 부소장(사진)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살예방포럼에서 “한국은 자살률이 이례적으로 높아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해외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해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얼랜슨 부소장은 미국자살학협회의 알렉산더 그랄닉상과 덴마크 노르든토프트상을 받은 자살예방 전문가다.

덴마크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2015년 기준 덴마크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9.4명이다. 한국은 25.4명으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덴마크도 1980년 당시 자살률이 10만 명당 38명으로 굉장히 높았다. 얼랜슨 부소장은 “덴마크 전역 20곳에 있는 국립 자살 클리닉이 자살률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1992년 설립된 국립 자살 클리닉은 2006년 국영화 이후 덴마크 의료보험체계 안으로 들어와 덴마크 국민 누구나 거의 무료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얼랜슨 부소장은 “매년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집중 관리를 받는다”며 “민간 연구기관들과 인력을 교류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등의 협력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수단 자체를 없애거나 사용하기 힘들게 하면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