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수사에 잇달아 착수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피의사실 유포와 자유한국당 봐주기 수사, 청와대 표적 수사로 검찰개혁 법안 논의를 좌초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아직 절반이나 남아있는 가운데 검찰이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 대해 중앙일보는 "범죄 혐의가 워낙 짙어 수사를 대충하면 검사들이 감방에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검사들은 지금 청와대와 집권당의 외압에 휘둘려 이 사건들을 흐지부지 덮거나 왜곡하면 자기들이 감방에 갈지 모른다는 엄정한 자세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무엇보다 조국-백원우-박형철 공모 체제에서 박형철이 이탈해 내부의 진실을 모조리 밝힌 것이 결정적"이라고 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최근 검찰에 나가 울산 사건에 대해 "백원우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경찰청에 전달했다"고 말했고, 유재수 사건에 대해서는 "조국 수석으로부터 감찰 무마를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5일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를 통해 "패스트트랙 수사를 가지고 검찰과 한국당이 뒷거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서는 "기습 군사 작전하듯, 조직폭력배 범죄집단을 일망타진하듯 세상을 시끄럽게 하며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검찰의 행태는 불순한 여론몰이, 망신 주기, 저의가 있는 악랄한 정치행위가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청와대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지시했다는 '하명 수사' 의혹에 관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검찰 일각의 주장에 대해 "검찰이 '절대 선'이라는 우월적 사고를 바탕으로 (펴는 주장으로), '경찰은 마치 검찰의 강력한 지휘를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한정치산자 같은 존재'라는 불순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검찰 일각에서 반발이 나오는 현재 법안은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며,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 개시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는 검사가 전화나 메모로 지휘해도 경찰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며 "법안은 검사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대신 '사건 경합 시 검사 우선권', '송치사건 보완수사 요구권' 등 경찰에 대한 검사 통제장치를 마련했다"고 전했다.이어 "검찰은 '정당한 요구를 경찰이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이는 검찰과 경찰 간 조직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경찰관이 명분이 있을 때만 (검찰과)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G20 멤버 가운데 국가가 아닌 유럽연합(EU)를 제외한 19개국 중 13개국에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없으며, 한국처럼 검찰에 권한이 집중된 국가는 이탈리아와 멕시코밖에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종결권과 관련한 검찰 반발과 관련해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 것이 검사 기소권 침해라면, 검사가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것은 판사 재판권 침해"라며 "이런 논리라면 모든 사건을 재판에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최근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가 지휘하면서 내용을 다 알았던 사건"이라며 "경찰로선 '수사 지휘해놓고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 다해…靑은 수사권한 없어 더는 못 밝혀"청와대는 5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밝혀진 가운데 송 부시장이 '제보가 아닌 정부 요청으로 답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누구의 말이 참말인지는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외부 제보를 받았다고 했지만, 당사자는 청와대 요구로 알려줬다고 주장한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이 관계자는 "어떤 게 사실인지는 저희가 더 이상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저희는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누군가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청와대는 수사권이 없는 한계 속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사건의 첩보가 '외부 제보'로 드러나 그대로 발표한 것이며, 송 부시장의 상반된 주장의 진위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밝힐 문제라는 입장인 셈이다.이 관계자는 "저희가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파악된 바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그는 '제보를 받았다는 문모 행정관에게 질문해서 답변을 받았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정확한 조사기법을 묻는 것이라면 그건 제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앞서 청와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 파견돼 근무하던 A 행정관이 2017년 10월 스마트폰 SNS 메시지를 통해 김 전 시장의 의혹 등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이를 요약·편집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청와대는 제보자에 대해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공직자'라고 설명했다.브리핑 이후 제보자는 송 부시장으로, A 행정관은 현재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는 문모 사무관이라는 점이 추가로 알려졌다.청와대 발표 이후 제보자로 지목된 송 부시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청와대 발표를 부인했다.청와대가 외부 제보자라고 밝힌 이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 부시장으로 드러난 데다 청와대 발표와 송 부시장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른바 하명 수사 의혹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