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식당가 소액 사기 피해 늘어…경찰 조사 나서
"차가 견인돼 5만원만"…회식한다더니 돈만 챙겨 잠적
대전지역 식당에서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을 사칭해 소액을 빌린 뒤 달아나는 사기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대전 둔산경찰서와 피해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구 둔산동 한 식당을 찾은 A씨가 "오늘 11명이 참석하는 회식 장소를 예약하려고 한다"고 주인 B씨에게 문의했다.

깨끗한 정장 차림의 A씨는 자신이 대기업 홍보팀 소속이라며 B씨 환심을 산 뒤 "차가 견인돼 급하게 쓸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주면 저녁에 갚겠다"고 약속했다.

B씨는 A씨가 의심됐지만, 예약을 취소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 건넸다.

직장과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고 다시 식당에 온다는 A씨 약속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당 주인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예약 시간이 지나도 식당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A씨가 남긴 번호로 전화를 걸자 '없는 번호'라는 안내음만 흘러나왔다.

B씨는 상인회 모임에서 인근 상인들도 같은 사람에게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인들은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비슷한 피해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인은 "공무원을 사칭해 회식을 예약한 뒤 돈을 빌려 사라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혹시나 예약자 기분을 상하게 해 손해를 볼까 봐 어쩔 수 없이 돈을 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식당에 자주 오는 듯한 친숙한 행동과 말투로 상인을 현혹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기꾼들은 식당 사람들이 정신없는 틈을 노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둔산경찰서는 피해자가 제출한 폐쇄회로(CCTV) 등 증거자료와 진술서 등을 토대로 A씨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소액을 빌린 뒤 갚지 않는 속칭 '네다바이' 사기가 연말에 집중된다"며 "소액이라도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