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인 1조300억 원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과 관련해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는 4일 오전 10시 30분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문제없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2월 법원에 소송이 접수된지 2년 10개월 만에 첫 판결이다.

공정거래 사건의 경우 전속고발권을 보유한 공정위의 전원회의가 사실상의 1심을 맡기 때문에 '고등법원-대법원' 구조로 2심제를 운영한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이 이동통신 관련 표준필수특허(SEP)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며 퀄컴가 그 계열사 두 곳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인 1조300억 원과 특허권 제공 방식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

퀄컴은 이미 과징금 1조300억 원은 공정위에 납부한 상태다. 판결 결과에 따라 공정위가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도로 반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재판에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3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면서 공정위 측 보조 참가인으로 화웨이와 인텔, LG전자, 대만 미디어텍이 참여했고, 동원된 법률대리인만 해도 퀄컴 측에선 법무법인 세종, 화우, 율촌 소속 22명, 공정위 측의 바른, 광장, 태평양, 지평 등 27명 등 49명에 달한다. 특히 태평양, 세종, 광장 등은 국내 '톱5' 로펌에 속한다는 점에서 "세기의 재판"이라는 평도 나왔다.

이번 재판의 쟁점이 됐던 퀄컴의 'FRAND 원칙'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은 공정위의 판단이 옳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정위는 "퀄컴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가장 많은 약 2만5000개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한 업체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RANDㆍ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으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퀄컴이 경쟁 업체인 인텔에 아예 특허를 제공하지 않아 FRAND 원칙을 위배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퀄컴 측은 "공정위는 퀄컴이 경쟁 모뎀칩 제조 업체의 매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반박했다.

법원의 판결은 나왔지만 양측이 워낙 팽팽하게 맞섰던 만큼 대법원 상고심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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