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기탑·갑옷 진열장 등 볼거리 풍부…어둡고 단조로운 느낌도
'흑진주' 가야본성 특별전이 남긴 여전한 궁금증
"토기는 회색이고, 철제 유물은 갈색입니다.

고려 유물과 비교하면 화려하지 않고, 색조가 어둡습니다.

이런 유산을 전시로 아름답게 보여주는 작업은 힘들지만, '흑진주'처럼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일 특별전 '가야본성(加耶本性) - 칼과 현' 언론공개회에서 이번 전시를 '흑진주'에 비유했다.

청자, 금속공예품, 불화, 불상으로 장식한 지난해 대고려전과 비교하면 가야 유물은 확실히 무채색에 가깝고 형태도 단순했다.

그런데 유물보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어두운 전시 공간이었다.

고대 가요 '구지가'(龜旨歌)가 희미하게 보이는 통로를 시작으로 강원도 동해시 추암동 토기가 전시된 마지막 전시실까지 시종일관 어두컴컴했다.

관람자 중 한 명이 "연인에게 좋은 공간"이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중앙박물관이 28년 만에 마련한 가야 특별전에는 유물 2천600여 점이 나왔다.

가야 유물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매우 드문 기회다.

높이가 3.5m인 투명한 진열장에 가야 토기를 빼곡히 진열하고, 가야 무사들이 착용했을 투구와 갑옷을 사열하듯 전시해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 주곽(主槨·으뜸덧널)과 부곽(副槨·딸린덧널)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양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한 "가야가 희미한 것은 맞다"는 발언처럼 고대에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 뿌리내린 가야는 여전히 구명(究明)해야 할 사실이 많다.

변한과 가야 관계, 흔히 '육가야'라고 하는 가야 연맹체 수와 세력, 고구려·신라·백제처럼 중앙집권 국가를 형성하지 않은 이유 등이 여전한 논쟁거리다.

'흑진주' 가야본성 특별전이 남긴 여전한 궁금증
전시는 풍부한 볼거리를 갖췄지만, 관람객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가야의 실체를 또렷하게 보여주지는 못할 듯싶다.

4개 소주제가 공존, 화합, 힘, 번영이지만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비슷한 유물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느낌을 준다.

가야의 번성을 다룬 4부에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기원전 2세기∼기원전 1세기 무렵에 발전한 사천 늑도 유적과 창원 다호리 유적을 소개한 점도 다소 어색했다.

가야사 복원은 이제 막 본격화했다.

중앙박물관은 가야사에 대한 명료한 그림을 억지로 그려내기보다는 화합과 공존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다.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는 현대 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가치들이다.

배 관장은 "이번 전시가 가야에 얽힌 여러 문제를 토론하고 발전시키는 장을 열길 바란다"며 "500년 넘게 작은 나라들이 공존했다는 것이 현대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