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저축은행들이 연 5~6%대 고(高)금리 특별판매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회사들은 '고객 감사', '앱(응용프로그램) 홍보' 등을 이유로 특판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금융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수만명에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특판 상품의 가입을 시도했지만 실제 가입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기존 예·적금을 깨고 특판 가입을 시도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 불만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은 연 5% 금리가 넘는 특판 상품으로 고객 유치 및 기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카카오뱅크가 지난 22일 내놓은 연 5%(단리) 특판 예금은 접수 시작 1초 만에 완판됐다. 카카오뱅크는 가입자 1000만명 돌파를 기념해 100억원 한도로 이번 상품을 출시했다. 사전 응모자만 106만명이 몰렸지만 실제 가입한 사람은 1383명, 0.1%에 그쳤다.판매 시작과 동시에 완판됐고, 실제 혜택을 본 사람이 극소수에 머물면서 고객들을 기만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특판이 끝난 직후 온라인 재테크 카페 등에서는 '카카오뱅크 예금 가입을 위해 기존의 예적금까지 해지하고 왔지만 가입에 실패했다', '이벤트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너무 헷갈렸다' 등 부정적인 여론이 잇달았다.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금융감독원에 카카오뱅크 특판 1초 완판과 관련한 세부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SBI저축은행의 연 10% 적금에도 수만명이 몰려 2시간21분 만에 완판됐다. 5000명만 가입에 성공했다. 이날 진행되고 있는 웰컴저축은행의 연 6% 특판 적금은 1만명만 가입할 수 있다. 특판 상품에 적게는 수만, 많게는 백만명의 소비자가 움직였지만 혜택을 가져간 소비자는 세 은행을 합쳐 1만6000여명이 조금 넘는다.이자 혜택도 크지 않다. SBI저축은행의 자유적금은 최대 납입금이 10만원, 가입 기간이 12개월이다. 연 10%가 월복리로 적용돼 1년 뒤에는 세후 5만6706원의 이자를 가져간다. 웰컴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최대 납입금 30만원을 기준으로 연 6% 단리를 적용해 고작 9만8982원이 지급된다.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100만명, SBI저축은행은 수만명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큰 홍보 효과를 봤다"며 "그러나 화제가 됐던 만큼 가입에 실패한 사람들의 불만이 컸고, 은행들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고객 감사'나 '기업 홍보'의 목적 달성보다 소비자 실망 및 불만을 불러온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특판에 '생색내기', '낚시성'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도록 은행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일본계 저축은행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국내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금융권으로 옮겨와서다.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저축은행 가운데 일본계열은 SBI저축은행, JT친애·JT저축은행, OSB저축은행이 있다.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일본 불매운동 기업 목록 가운데 금융 부문에 이들 저축은행이 포함됐다. 일본 자본은 2010년대 초반 한국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국내로 진출했다.SBI저축은행은 2013년 일본 SBI그룹이 부실에 빠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세웠다. 인수 당시 예금보험공사 기금 투입 없이 SBI그룹이 1조3000억원 증자를 해 소생했다.JT친애저축은행의 전신은 미래저축은행이다. 2012년 일본 J트러스트그룹이 영업 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의 채권을 인수하면서 친애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2014년에는 스탠다드차타드(SC)가 SC캐피탈과 SC저축은행을 J트러스트그룹에 매각해 각각 JT캐피탈, JT저축은행이 됐다. 친애저축은행은 2015년 JT친애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OSB저축은행은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이 2010년 푸른2저축은행을 사들인 뒤 운영해왔다. 다만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최근 9년 만에 다시 OSB저축은행을 매각하겠다고 내놓아 현재 인수 후보를 찾고 있다.일본계 주주들은 국내 진출 이후 '현지화'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부 부실 저축은행의 완전붕괴를 막아줬지만 '일본자금이 쓰러져가는 한국 금융사를 사들인 뒤 고금리 대출 장사를 한다'는 인식이 따라다닐 수 있어서다.이번에도 불매운동 목록에 오르면서 일부 누리꾼은 "일본 금융사에 돈을 넣을 수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일본계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일단 관련 언론 보도와 여론을 살피며 몸을 바짝 숙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은 일반 소매품이 아니라 재산이 얽힌 만큼 눈에 띄는 예금자 이탈이나 대출 감소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