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신문조서나 진술조서를 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면 이를 유죄 판결의 근거로 쓸 수 없다고 대법원이 재차 확인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새마을금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64)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일부 무죄 취지로 대구지방법원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발표했다.

김씨는 대구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를 앞둔 2015년 자신을 지지해달라며 대의원 A씨와 B씨에게 각각 현금 50만원씩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이듬해 1월 치러진 선거에서 이사장에 당선됐다.

1·2심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련 대의원 표를 금전으로 매매해 선거 공정성을 해치고 선거결과를 왜곡했다”며 김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도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가 B씨에게 돈을 준 혐의에 대해 “경찰이 작성한 B씨의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는데도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며 원심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이 아닌 경찰 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할 경우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대법원은 “김씨는 1심에서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B씨의 경찰 조서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는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경찰 조서와 마찬가지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