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 서울 송정초 강당서 1·2학년 230여명 대상으로
"배운 대로 조심조심 걸을게요"…'보행 안전면허증' 캠프 개최
"나는! 무단횡단을 하지 않겠습니다! 횡단보도는 오른쪽으로 건너겠습니다! 우리 친구들, 엄마 아빠한테도 꼭 알려줘야 해요∼", "네∼"
2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송정초등학교 강당에 모인 1·2학년 학생 230여명은 선생님의 교통안전 교육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날 이 학교에서는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과 사단법인 어린이안전학교가 함께 만든 '보행 안전면허증 취득 캠프'가 열렸다.

강당 곳곳에 모형 신호등·횡단보도와 자동차 모형이 놓이는 등 실제 도로처럼 꾸며졌다.

눈비 올 때 길 건너기·이면도로 걷기 등 보행 중 겪을 수 있는 여섯 가지 위험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운 뒤 실기평가를 통과한 참가자에게는 면허를 준다.

공인 자격증은 아니지만, 보행 중 사고가 빈발하는 현실 속에 주의할 점을 미리 익혀 두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손을 번쩍 들고 모형 횡단보도를 건넌 뒤 면허증을 받아든 1학년 김지현(8) 양은 "직접 체험을 해 보니까 길을 건너갈 때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배운 대로 조심조심 걷겠다"며 웃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강사의 설명을 듣던 2학년 신동일(9) 군은 "지금까지 스마트폰 보면서 걷는 게 그렇게 위험한지 잘 몰랐다"며 "앞으로는 좌우를 잘 살피며 걷겠다"고 다짐했다.

"배운 대로 조심조심 걸을게요"…'보행 안전면허증' 캠프 개최
허억(59)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장이 고안한 이번 캠프는 2015년에 처음 열린 뒤 이날 두 번째로 마련됐다.

허 원장은 "매년 길을 걷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이 1천600명을 넘는다"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자라서 이들을 위한 보행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허 원장은 '보행자 면허증' 아이디어를 2010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보행자 면허증의 대부'로 불릴 정도로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보행자 안전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유명인들이 동참해 줬으면 좋겠다고"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연구를 거듭해 내년 5월쯤에는 '통학로 안전지수'를 도입하려 한다"며 "환경·관리 상태 등 여러 기준에 비춰 각 학교의 통학로가 얼마나 안전한지 평가해 지자체들이 사고 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허 원장은 "보행안전면허증 취득 캠프가 참 중요한데도 그간 자주 열지 못했다"며 "'민식이법'(스쿨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보행자 안전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것을 계기로 더 자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