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군은 백신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지원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신·면역치료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생물의약산업단지 전경.  화순군  제공
전남 화순군은 백신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지원하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신·면역치료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사진은 생물의약산업단지 전경. 화순군 제공
전남 화순군은 청동기·철기시대 고인돌 1100여 기가 있을 정도로 거주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화순, 능주, 동복 등 세 곳이 중심이었다. 1913년 능주와 화순이 합쳐지고, 1914년 동복이 화순에 편입되면서 오늘의 화순군이 됐다. 면적 787㎢로 전라남도 22개 시·군 가운데 세 번째로 넓지만 산이 74%를 차지해 주민들은 농업을 밑천으로 살았다. 지금은 거의 명맥이 끊긴 호남 유일의 탄광산업이 지역경제의 중심이었다. 1971년 광주광역시를 잇는 너릿재 터널이 뚫리면서 교류가 활발해져 도농복합도시로 변모했다.

화순의 가장 큰 변신은 2000년대 들어 백신특구 지정을 목표로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면서 시작됐다. 2005년 화순읍에 국내 최대 백신 제조회사인 녹십자를 유치했고, 2007년 전남생물의약연구원이 둥지를 틀었다. 2008년 면역치료법으로 유명한 독일의 프라운호퍼 분자생물연구소까지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에는 정부가 화순 생물의약산업단지와 화순전남대병원 일원을 국내 유일의 ‘백신산업특구’로 지정했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백신산업특구에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화순은 ‘새로운 성장판’을 마련했다”며 “기반시설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백신산업과 생물의약산업의 성장엔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백신 연구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지원
지난 7일 전남 화순군 하니움센터에서 열린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  화순군  제공
지난 7일 전남 화순군 하니움센터에서 열린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 화순군 제공
화순백신산업특구는 연구개발(생물의약연구센터, 전남대 임상백신개발센터), 비임상시험 기관(GLP·KTR헬스케어 연구소·KTR 동물대체시험센터), 임상시험 기관(GCP·화순전남대병원), 생산제조 시설(GMP·GC녹십자·바이오벤처) 등 백신·의약품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단계를 원스톱 지원하는 기반을 갖췄다. 화순군은 생물의약산단(75만5000㎡)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전남대병원 일원(32만1000㎡)에 진단·치료·의료 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한 메디컬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생물의약산단에는 세계 열두 번째로 독감백신 자급자족을 이룬 GC녹십자 화순공장이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기준 2838만 도스(dose·복용량)의 백신을 생산했다.

화순, 국내 유일 백신산업특구…미래 의약 도시로 변신한다
화순군은 생물의약산단에 두 곳의 국책 지원기관을 추가 설립하고 있다. 공공 백신 위탁생산시설(CMO)인 미생물실증지원센터(사업비 836억원) 건립을 위해 실용화 지원시설과 임상·완제 생산라인 등을 갖추고 있다. 이 시설은 2020년 8월 공정개발 서비스를 시작한다. cGMP(최신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급 생산시설인 천연물의약품 원료 대량생산시설 구축사업(사업비 200억원)도 2021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화순군은 백신산업특구를 기반으로 ‘차세대 백신’이라 불리는 면역세포 치료 분야 육성을 위해 면역세포 치료 산업화 기술 기반 마련에 들어갔다. 면역세포 치료 산업화 기술 플랫폼을 구축해 국내 바이오·의약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및 글로벌 기업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정부의 공약사업인 생물의약산업벨트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화순(의약)~나주(식품·한방)~장흥(천연 소재)을 잇는 생물의약산업벨트는 사업비 2463억원을 들여 국가 생물의약 거점을 구축하는 게 주 내용이다. 화순군은 기반시설 확충과 함께 세계 연구기관 및 제약회사의 투자유치 등 글로벌 네트워크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 7~8일 열린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에는 세계 백신 분야 연구자와 기업인, 정부 및 국제기구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치료백신과 면역치료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 포럼에는 데이비드 와이너 국제백신학회장을 비롯해 노벨생리의학상에 근접한 국내외 백신 석학 7명이 연사로 나섰다.

거석테마파크 내년 개장 등 관광 활성화

화순, 국내 유일 백신산업특구…미래 의약 도시로 변신한다
화순군은 문화·관광산업으로 지역경제의 또 다른 먹거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고인돌 등 자연·역사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이다. 도곡면 효산리에 짓고 있는 세계거석테마파크는 내년 3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세계를 대표하는 거석 조형물 7종과 거석안내판 10개 등이 들어서는 거석테마파크를 화순 고인돌 유적지와 연계해 새 관광자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거석 조형물은 이스터섬 모아이석상, 인도 우산돌, 프랑스 로체 돌멘 등이다. 거석안내판은 라테스톤, 사부섬 고인돌, 스톤헨지 등으로 구성했다. 콜롬비아의 산 아구스틴 돌멘, 북한 관산리 고인돌, 중국 석붕, 인도 우산돌, 아프리카 환상열석은 원형과 같은 크기로 제작하고 원석과 비슷한 석재를 사용한다. 군 관계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 유적과 선사 체험장을 중심으로 화순을 국내 대표 ‘거석문화 고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화순 적벽 관광사업도 본궤도에 올린다. 화순 적벽은 7㎞에 달하는 절벽으로 중국 적벽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아 매년 3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화순군은 3.4㎞ 길이의 적벽 옛길을 복원하고 하늘 전망대를 설치하는 ‘화순적벽 관광명소화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적벽이 광주시의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어 2016년부터 개발을 두고 광주시와 갈등을 빚어왔지만 이달 들어 ‘상수원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관광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화순군은 적벽 관광코스의 망미정, 대나무 숲길 등을 추가로 개방하고 옛길 복원은 내년 1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화순군은 관광자원의 홍보와 산업화를 지원할 문화관광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사시사철 누구나 즐겨 찾는 역사문화기행 1번지’로 군의 관광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구 군수는 “면역세포 산업화 기술 플랫폼 등 핵심 기반시설을 2024년까지 구축해 차세대 백신산업과 생물의약산업을 선점하겠다”며 “내년 개장하는 거석테마파크 등 관광산업을 활성화해 지역의 든든한 미래 먹거리 발판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화순=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