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파업이나 단체교섭 등에 나설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 대리운전 기사들은 당장 오는 25일부터 사흘간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민사1부(부장판사 서정현)는 ‘손오공’ ‘친구넷’ 등 대리운전 업체 두 곳이 최병로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리운전 기사 노조는 부산시로부터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발급받았다.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대리운전 업체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응하지 않았다. 업체들은 “대리기사는 독립된 사업자이지 노동자가 아니다”며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기사들의 업무 형태와 계약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업체에 종속된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노조 조합원들은 특정 업체에만 소속돼 대리운전을 하고 있고, 겸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며 “대리운전비나 수수료 등 계약 내용도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기사들에 대한 업체의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사들은 업체가 정한 복장 규칙과 고객 응대요령 등을 따르고 정기적·비정기적 교육에 참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았다”며 “비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 원고들의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리운전 기사를 노조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대리운전노조 부산지부는 오는 25~27일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노조는 1주일 중 특정 요일을 정해 기습 파업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리운전 노조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등 12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각각 설립 신고증을 받았다.

신연수/김남영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