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관계 대리기사, 대등한 위치서 노무 제공조건 교섭해야"
대리기사 근로자 인정 판결 의미…단체교섭 교두보 마련
"대리운전 기사들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고,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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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기사를 노동조합법상 노동 삼권을 행사 할 수 있는 '근로자'로 인정하는 첫 하급심 판결이 나자 최병로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 위원장은 19일 이렇게 말했다.

노조는 이번 판결이 전국 대리운전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대리 기사는 택배기사, 보험 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과 함께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로 분류되며 근로자로서 노동 관계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웠다.

실제로 최 대표가 2012년 부산시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시는 대리운전 기사를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며 설립 신고증 교부를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당시 패소했다.

최 대표는 "그때는 노동 유연화에 대한 것이 정부의 이슈여서 노동자의 권리가 많이 외면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노조도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하면서 부산시도 지난해 12월 이들에게 노조 신고증을 결국 교부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 1부도 처음으로 대리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의무사항을 정하면서 업체에만 수수료 변경 권한이 있고, 대리기사들은 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면서 "경제적 조직적 종속 관계에 있고,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기사들에게 일정한 경우 집단으로 단결함으로써 대응한 위치에서 노무 제공조건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부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모든 대리운전 기사가 근로자로 인정받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최 위원장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하나의 회사에서 일하는 '전속성'이 있고, 회사가 '관리·감독권'을 행사한 사실이 있어야 노동자로 인정되며 여러 군데 대리업체에 일하는 경우 전속성 등 관련 법리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기사 근로자 인정 판결 의미…단체교섭 교두보 마련
한편 민주노총 산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는 23일부터 사흘간 파업에 들어간다.

노조에 따르면 부산지역 7천여명의 기사 가운데 1천200여명이 노조원이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는 앞서 판결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은 부산 대리운전노조와는 다른 단체다.

부산대리운전노조는 상급 단체 없는 단일 노조로 조합원은 8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