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2가구 불과, 이주 희망 가족 붙잡을 후속 대책 필요
'전학생 집 제공' 시골 학교에 문의 폭발…"인구 유입 기회로"
전남 화순의 작은 시골 초등학교가 전학 오는 학생 가족에게 집을 제공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학과 함께 이사하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제공할 수 있는 집은 2가구에 불과해,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이 시골 학교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에 따르면 학교 측은 쓰지 않은 관사를 헐고 전학생 가족에게 제공하기 위한 2가구 주택을 짓고 있다.

학생 유입 대책의 하나로 전학생 가족을 위해 집을 무료로 빌려주고, 해당 학생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계획이다.

시골 '미니 학교'의 장점과 공짜나 다름없는 이른바 '전학생 주택' 제공 소식이 알려지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식을 접한 경기도의 학부모 두 가족이 곧장 학교를 찾기도 했고, 인접 도시인 광주는 물론 서울과 심지어 캐나다 등 해외에서까지 문의가 오기도 했다.

학교 측은 외부 반응에 놀랍고 반가워하면서도 마냥 기쁘기만 하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두 가족뿐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학과 입주를 확정 지은 3자녀 가족이 있어 현재 학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주택은 1곳밖에 남지 않았다.

다자녀 가정이 우선권을 갖기는 하지만 남은 주택 1곳도 경쟁은 치열하다.

이미 3자녀를 둔 가족 여럿이 전학과 입주를 희망한 상황에서 자녀 1~2명을 둔 가족들도 연일 전학 문의를 하고 있다.

시골 학교의 매력에 눈을 뜬 일부 학부모들은 '전학생 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면 학교 인근 마을로 이주하겠다는 마음마저 먹었다.

실제 광주 봉선동에 사는 이모(47) 씨는 학교 인근 빈집이나 빈 땅을 찾기 위해 화순이 고향인 친정아버지의 지인까지 총동원했다.

하지만 별다른 연고가 없는 학부모들은 이사 결심을 하고서도 거주할 곳이 없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광주 광산구에서 아산초 인근으로 이주하려 했던 박모(48)씨 부부는 끝내 거주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장성 등 다른 시골 학교를 찾기로 했다.

박씨는 "농촌 인구를 늘린다고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저와 같이 정작 시골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빈집을 고쳐 학부모 가족에게 대여해주는 등의 정책이 있다면 시골 학교의 학생 부족과 도시 학교의 학생 과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학생 집 제공' 시골 학교에 문의 폭발…"인구 유입 기회로"
이주를 고려하다 포기하는 박씨와 같은 사례가 이어지자 '전학생 주택'을 확장하는 등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골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기회로 삼아 부족한 학령인구와 농촌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해보자는 취지다.

아산초 전학생 주택 규모를 늘리거나 시골 학교 인근에 임대 주택을 짓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폐교 이후 방치된 송방분교(북면동국민학교)나 치즈 체험장으로 활용되는 서유분교 등을 활용해 타지 전학생들을 위한 임대 주택으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전학생에게 제공하는 주택에 외지인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점 등을 잘 알고 있다"며 "정책의 장단점을 잘 검토해 내년에도 관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